또 NFT 먹튀…'러그풀' 사고 잇따라

대체불가능토큰(NFT)을 팔아 투자금을 모은 뒤 도주하는 ‘러그풀(rug pull)’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NFT가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개인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이를 이용한 각종 범죄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NFT 거래소 ‘오픈씨’를 통해 수익 배분을 약속하고 고양이 캐릭터 NFT를 판매한 뒤 계약을 지키지 않고 돌연 잠적한 A씨(26)를 구속했다고 27일 발표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피해자 9명에게 2억1000만원어치 고양이 캐릭터 NFT를 거짓으로 홍보해 판매한(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투자기획과 홍보 등 범행에 조력한 공범 4명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분석 결과 피해자는 300여 명으로 파악되며 전체 피해 규모는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A씨 일당은 고양이 캐릭터 NFT를 산 사람에게 가상자산을 수익 배당으로 지급한다는 ‘캣슬 프로젝트’를 선보여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지난해 11월 내놓은 NFT는 출시 하루 만에 5000만원 상당의 1차 물량 1000개가 완판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캣슬 NTF는 최초 3만6000원에 거래를 시작해 최고가 50만원에 달하는 등 10배 이상 폭등했다. 오픈씨에서 취급되는 가상자산 가운데 거래 규모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1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메인 계정이 해킹돼 더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잠적했다. 캣슬 NFT는 개발팀이 도주한 뒤 3000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NFT 시장에선 사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 상장 의료기기업체 GTG웰니스는 신사업으로 미술품 사업을 하겠다며 120억원어치의 그림을 사들이고, 이를 NFT시장으로 확대하면서 미술품 NFT 거래 플랫폼인 ‘아띠코리아’에서 팔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말 감사에서 한영회계법인으로부터 ‘미술품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고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회사 측은 미술품 구매를 대행한 갤러리에 책임을 미루고 있지만, NFT를 구입한 개인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NFT 거래 기반 가상 공간을 개발하는 ‘조선 다이너스티 프로젝트’에도 최근 먹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 개발팀은 지난해 12월까지 조선시대를 재현한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를 조성하겠다며 미리 NFT를 파는 형식으로 가상 영지(토지)를 팔고 관직을 매매하는 등 참여자들의 돈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개발 계획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소현/이광식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