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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하는 게 인간사다. 이별은, 또 죽음은 도처에 있다. 코로나19, 전쟁, 독재….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의 죽음을 앓은 시인 김혜순이 ‘전 지구적 비탄’을 담아 3년 만에 새 시집을 냈다.
김혜순 시인(사진)은 28일 “엄마의 죽음이라는 개인적 경험을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비탄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교동 문학과지성사에서 열린 시집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기까지 지구 전체와 연결되는 불행에 대해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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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는 총 3부로 구성됐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죽음이다. 1부는 시인의 엄마가 아플 때와 세상을 떠난 후 써내려간 시를 담았다. ‘저 봄 잡아라’ 시에선 다가오는 죽음 앞에 인간은 무력하다는 느낌을 “봄이 엄마를 데리고 간다”고 표현했다. ‘엄마 on 엄마 off’에선 “이제 저 부엌은 끝났다”며 한 사람(엄마)의 죽음이 한 세계(엄마의 부엌)를 멸망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2부는 코로나19를 맞이한 시대적 절망, 3부는 산산이 부서진 ‘모래’, 그리고 '사막'에 주목한다. “엄마와 제가 보낸 시간과 산산이 조각난 그곳, 사막에서 어떤 시적인 생성(生成)을 해보려고 했다”고 시인은 말한다.
40여 년간 시를 써온 그가 엄마를 주제로 쓴 건 처음이다. 그는 “엄마는 나의 과거였는데 돌아가시면서 나의 미래가 됐다”며 “나에게 삶만 준 줄 알았는데 죽음도 줬다”고 했다. 시인은 섣불리 위로나 치유를 말하지 않는다. 그는 시를 “불행을 더 불행답게, 파괴를 더 파괴답게 하는 장르”라고 정의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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