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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이번엔 머스크에게 거액의 트위터 인수자금을 빌려주기로 한 미국 월가 대형은행들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들 은행이 담보로 잡은 테슬라 주식이 폭락하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속전속결로 진행된 트위터 인수전에서 머스크에게 255억달러(약 32조원)의 대출을 허가해준 은행들이 위기에 놓였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형 인수합병(M&A)은 통상 수주에서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수대상 기업(트위터)의 가치, 인수대금 담보물인 주식(테슬라 주식)의 가치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실사(Due Diligence)라고 부른다.
FT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머스크에게 255억달러를 대출해주기까지 소요된 기간은 '단 며칠'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리스크관리위원회의 대출 승인 심사가 속전속결로 이뤄진 덕분이다. 보통 리스크관리위는 실사 결과를 토대로 대출 여부를 승인해준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실사가 엄청 수월했다"며 "왜냐하면 실사 절차가 아예 없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우리가 머스크에게 주식담보대출을 해주기로 의견을 모으는 건 어렵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위터와 머스크 양측이 최종 합의한 거래금액은 440억달러다. 머스크는 앞서 공시를 통해 “255억달러는 대출로 마련하고, 나머지는 지분금융(자기자본 조달)을 통해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대출금 중 125억달러가량은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빌리기로 했다. 그런데 미 나스닥증권거래소에서 테슬라 주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지난 26일엔 시가총액이 하룻밤 새 1250억달러(약 157조원) 이상 증발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대출 담보물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 것이다.
FT는 "이번 사건은 돈을 빌리려는 사람(일론 머스크)이 세계 최고 부자일 때 은행들이 부채 리스크에 얼마나 안일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탐욕의 대명사'로 불리곤 하는 미 월가가 '수익성이 좋아보이는' 거래를 계약하기 위해서라면 앞뒤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막무가내식 영업을 하기 십상이라는 비판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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