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절반이 A학점…자정노력에도 '인플레' 여전

입력 2022-04-29 17:13   수정 2022-04-29 17:18


대학에서 A학점을 남발하는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 연속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는 거의 절반에 달하는 대학생이 A학점 이상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9일 발표한 2022년 대학정보공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과목별 A학점 이상을 취득한 재학생 비율은 47.9%다. 전년도(54.7%)보다 6.8%포인트 줄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33.7%)보다는 여전히 훨씬 많은 학생들이 A를 받았다. B학점 이상을 받은 학생의 비율은 83.4%에 달한다.

‘학점 인플레’의 주된 원인은 코로나로 인해 수업 방식이 바뀌면서 대학이 학점을 후하게 준데 있다. 비대면 수업이 도입되고, 중간·기말시험까지 온라인으로 치르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학점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자 논란을 최소하기 위해 대학에서는 대다수 과목의 절대평가를 시행한 것이다.

올해부터는 대학들이 자정노력을 벌이고 있다.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학점을 믿지 못하겠다며 ‘학점 무용론’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연세대, 성균관대 등은 2022학년도 1학기부터 일부 과목에 허용했던 절대평가를 다시 상대평가로 전환하고 나섰다.

연세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운영되면서 한시적으로 수업 규모나 유형에 관계없이 절대평가를 채택할 수 있게 됐다”며 “올해엔 대면수업이 재개됨에 따라 코로나 이전 방식으로 학과 규정에 따라 평가 방식을 채택하도록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4학년에 재학중인 오모씨는 “교수님들도 ‘이제 코로나라는 이유로 성적을 후하게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며 “학생들 사이에선 ‘학점 버프’가 끝나간다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대학에서 평가 방식이 완전히 정상화되지는 않았다. 절대평가를 유지하거나, 완화된 상대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식이다. 중앙대는 코로나19 이후 유지하던 절대평가 방식을 이번 1학기부터 상대평가 B유형으로 바꿨지만,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평가기준이 느슨하다. B유형은 A학점을 50% 이내로 부여하고 A와 B학점을 합친 비율을 90% 이내로 제한한다. 코로나 이전에 시행하던 A유형은 A학점 이상은 35% 이내, B학점 이상은 누적 70% 이내로 제한했다.

코로나19 시기 재학생들의 학점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취업이나 대학원 입시에서는 ‘비(非)코로나’ 대학생들이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18년 서울대에 입학해 로스쿨 입시를 준비 중인 대학생 이모씨(23)는 “많은 로스쿨 입시에서는 학부 학점에 따른 정량평가로 칼같이 학생을 줄세운다”며 “코로나 시기에 높은 학점을 받은 학생들과 경쟁하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적 평가를 엄격하게 하는 대학의 학생들은 블라인드 채용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월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한 김모씨(25)는 “최근 학교명을 가리고 학점만 공개하는 식의 블라인드 채용도 많은데, 학점 인플레가 심해지니 서울대에서 낮은 학점을 받은 학생이 타 학교에서 높은 학점을 받은 학생보다 취업에서 불리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최예린/최세영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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