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하나에 '인증 폭탄'…이젠 달라져야

입력 2022-05-01 17:51   수정 2022-05-02 00:01

대목인 어린이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완구업체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인형 등 신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시시콜콜한 인증을 받도록 한 족쇄가 여전히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완구·학용품 업체 네 곳 중 세 곳(76.1%)은 정부의 국가통합인증(KC)제도가 부담이 크고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이처럼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일까.

국내 완구업체가 새로운 인형을 출시하려면 레이스 면 등 재질별로 정부 지정 기관에서 KC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인형을 구성하는 재질의 색깔 무늬 등 사양을 조금만 바꿔도 또 검사받아야 한다. 출시 후 5년이 지나면 제품에 아무 변동이 없더라도 인증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다시 검사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인증 취득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찮다. 인증을 얻는 데 평균 2년7개월 걸리고 연간 1546만원의 비용을 지출한다. 완구업계 연매출의 3.7%에 달하는 금액이다. 인증받아야 할 품목 수만 10~50개로, 규모가 큰 중소기업은 연평균 부담이 4200만~4300만원에 이른다. 중소기업계는 △인증 유효기간 연장 △인증비용 부담 완화 △단순 사양 변경시 인증 간소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 등 선진국은 어떨까. 유럽 인증(CE)은 정부가 가이드라인만 제공하고 기업이 스스로 기준을 지켜 인증하면 된다. 사소한 사양을 바꿀 경우 중복 인증 부담도 최소화했다. 그렇다고 소비자 누구도 유럽산 인형이 국산보다 덜 안전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제품 출시 후 안전 기준이 강하기 때문이다.

완구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제품 종류가 다양해지고 히트 제품이 나올수록 인증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유럽처럼 사후 규제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모범 답안’은 이미 제시돼 있지만 인증 제도는 계속 산으로만 가고 있다. ‘인증 개혁’을 미루다 국산 완구의 명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깊어진다.

과도한 인증 규제는 비단 완구업계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57만개 중소제조업체 상당수가 중복·유사 인증 부담 탓에 제품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LED조명업계의 경우 미국에선 3개 인증만 받아도 되지만 국내에선 12개 인증을 받아야 판매가 가능하다. LED업계 관계자는 “매년 수억원을 연구·개발(R&D)비가 아닌 인증비용으로 쓰기 때문에 업계가 낙후될 수 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농업용 드론의 경우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수 검사 규제를 받고 있다. 대형 드론업체의 경우 1년 중 검사에만 3개월이상을 허비해 농번기때 농민들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유관 기관들은 인증 수수료 장사로 배를 불리고 있다. 국내 대표 4개 시험인증기관(KCL·KTC·KTL·KTR)의 연간 수수료 수입은 지난해(5230억원) 사상 처음으로 5000억원대를 돌파했다. 지난 5년간(2017~2021년) 수수료수입은 2조2686억원에 달한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정부의 인증 제도가 많고 복잡해질수록 관련 컨설팅 수요로 인증·시험기관 ‘전관’들이 이득을 보는 구조라 한 번에 뜯어 고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인증제도 대수술에 성공할 지, 역대 정부의 실패를 답습할 지 중소기업계는 기대와 우려 속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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