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의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5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일 오전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19명의 내각 후보자들 명단을 두고 '비리 만물상'이라고 직격하면서 '송곳 검증'을 예고한 만큼,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국회에서는 한 총리 후보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박진 외교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한화진 환경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6인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본격 시작됐다.
여권으로부터 자료 제출 미비 비판을 받으며 당초 예정된 인사청문회 파행을 겪었던 한덕수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1970년 공직생활을 시작해 정파를 뛰어넘어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보고 달려왔다"고 했다. 그는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서민경제 안정', '규제 완화' 등을 꼽았다.
특히 한덕수 후보자는 "국무총리직 제안을 받고 저는 적지않은 고뇌가 있었다. 새 정부의 첫 총리기에 자리의 무게를 감당할만한 역량이 있는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물음과 걱정이 컸다"며 "부족함이 많은 제가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막중한 소임이 주어진다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국민을 위한 행정을 펼쳐나가곘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후보자의 모두발언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즉시 한 후보자의 배우자 그림 관련 자료 제출을 문제삼으며 공세를 시작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합의로 자료를 촉구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후보자가 내각을 이끌 적임자인지 검증할 시간도 부족한데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시간을 허비해야 하냐"고 지적했다.
경제 정책 방향, 자녀 공공기관 취업 등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추경호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저성장·양극화 해결', '민생 안정', '규제 개혁' 등을 과제로 꼽으면서 "제가 기재부 장관으로서 소임을 맡게 된다면 경제팀 모두가 일사불라한 팀워크 아래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회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우리 경제의 난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진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아들이 캐나다 소재 도박 관련 회사에 근무했다는 의혹에 대한 추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진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새 정부의 외교 기조에 대해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외교의 중요성이 높은 엄중한 상황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굳건한 한미동맹 구축', '대북 억지력 제고' 등을 이끌겠다고 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선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과 가치에 부합하는 미래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원희룡 후보자의 경우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 및 제주 오등봉 개발사업 특혜 논란, 제주 집 셀프 용도변경 의혹 등에 대해 질의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안정에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다"며 "단기간의 공급에 그치는 게 아니라 체감과 예측이 가능한 '공급로드맵'을 만들어 국민이 원하는 좋은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된다는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전문성 논란과 관련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박보균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모두발언은커녕 시작과 동시에 자료 제출 문제로 언쟁이 오가며 5분간 정회되기도 했다. 박정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가 이번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자세는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자료 제출이 너무 불성실했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계획서 채택을 한 번 연기했는데, 당일까지 개선된 바를 찾아볼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신상 관련 의혹이 적은 편인 한화진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실현가능한 이행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과 녹색경제로 전환을 위해 환경부가 주도적으로 역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의 인사청문회가 본격 시작되는 것을 두고 "19명의 후보자를 보니 인사청문 명단이라기보다는 검찰의 수사 대상자 명단이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할 것"이라며 "전관 비리, 병역 비리, 부동산 재산 증식, 탈세, 업무추진비 논란, 아빠 찬스 등 범죄 혐의자들로 가득 채워진 비리 만물상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자장면 시켜 먹으며 압수수색에 뜨거웠던 윤석열 검찰의 수사 방식대로라면 인사청문회보다는 수사 소환조사를 해야 할 모양"이라며 "민주당은 전관을 악용한 고위공직자의 부정 축재 방지를 위해 '한덕수 방지법'을 속도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송곳 검증'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국민 검증의 시간이다. 민주당은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고위공직에 대한 국민 기준을 정립하겠다"며 "국민을 대신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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