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02일 16: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애큐온캐피탈(옛 KT캐피탈)과 에큐온저축은행(옛 HK저축은행)을 지난 2019년 인수한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PEA가 인수금융에 대한 대규모 리캡(자본재조정)을 통해 투자금 대부분을 회수한다. 수년간 이어진 저금리와 시중 은행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등으로 제2 금융권의 자산규모와 영업실적이 크게 개선된 덕분이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베어링PEA는 애큐온캐피탈·애큐온저축은행 인수금융에 대한 6740억원 규모 리캡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65%)과 신한금융투자(20%), 우리은행(15%)이 대출 주선사로 참여할 예정이며 금리는 5% 후반대로 결정됐다. 새로 일으키는 대출로 기존 차입금을 갚고 남는 돈은 배당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전략이다.
베어링PEA는 2019년 8월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로부터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을 약 7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우리은행으로부터 2850억원을 차입했다. 이번 리캡으로 차입규모를 두배 이상으로 늘리는 셈이다. 리캡이 마무리되면 베어링PEA는 투자 원금 대부분을 회수할 전망이다.
대규모 리캡이 가능한 이유는 두 회사의 자산 규모와 영업 실적이 크게 개선된 덕분이다. 애큐온캐피탈의 연결기준 자산규모는 베어링PEA 인수 전인 2018년 5조264억원에서 지난해 9조2055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순자산도 6166억원에서 9091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수익은 2018년 4691억원에서 지난해 6758억원으로 44% 늘었다.
이번 리캡에서 애큐온캐피탈·애큐온저축은행의 기업가치는 순자산의 1.25배 수준인 약 1조2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현금흐름할인(DCF) 방식으로 책정한 기업가치는 1조4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2년반만에 회사의 가치가 2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애큐온캐피탈은 애큐온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베어링PEA는 특수목적회사를 통해 애큐온캐피탈 지분 93.98%를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베어링PEA가 조만간 두 회사 매각에 착수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투자한지 3년 가까이 된 데다, 2020년에도 로젠택배에 대한 리캡과 매각을 동시에 실시했기 때문이다.
한편 베어링PEA는 현재 유럽계 사모펀드 운용사 EQT파트너스가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QT파트너스가 베어링PEA 지분 100%를 총 68억유로(한화 약 9조2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EQT파트너스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로, 최근 아시아 지역 투자를 확대하면서 베어링PEA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박시은 기자 seeker@hankyung.com/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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