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스마트기기 전 제품군에서 삼성전자와의 격차(출하량 기준)를 벌리고 있다. 태블릿PC에서 아이패드 점유율은 34.2%(작년 기준)로, 삼성전자(18.3%)를 두 배가량 앞섰다. 무선 이어폰 분야에서도 애플(25.6%)은 삼성전자(7.2%)를 압도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수의 부품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애플의 최신 아이폰인 아이폰13 시리즈 4개 제품과 올해 출시한 저가 제품 아이폰SE까지 모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자체 개발한 ‘A15바이오닉’을 넣었다. 아이패드 역시 같은 칩셋을 쓴다. 삼성전자는 제품 가격에 따라 자체 개발한 AP ‘엑시노스’부터 퀄컴, 미디어텍 등 다양한 회사의 칩셋을 쓴다.
애플의 A15바이오닉은 퀄컴의 스냅드래곤8 Gen1, 삼성전자 엑시노스 2200 등 경쟁 제품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 하지만 모든 아이폰에 적용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를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이 연간 2억 대가량 팔려나가면 칩셋 역시 똑같이 2억 대가 판매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M1은 A14바이오닉을 기반으로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램 등을 하나의 기판에 얹은 시스템온칩(SoC)이다. 인텔, AMD 등 데스크톱용 CPU 제조사들은 x86 아키텍처(설계)를 사용하지만 모바일 제품들은 ARM의 설계를 주로 사용한다. 애플의 AP 역시 ARM을 기반으로 한다. ARM 설계의 특징은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같은 성능을 내는 데 필요한 전력이 적기 때문에 맥북의 배터리 효율도 높아졌다.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설계를 쓰기 때문에 기기 간 연결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 아이폰의 앱을 컴퓨터에서 쓰는 것도 가능해졌다. 애플은 아이패드 고성능 제품에도 M1을 사용해 활용처를 확대했다.
고성능이 필요한 작업을 위해 M1보다 크기를 키워 트랜지스터 집적량을 늘린 M1프로, M1맥스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전문가를 위한 제품에 적용되는 M1울트라를 공개했다. 새로운 기판을 쓰는 대신 기존 M1맥스 두 개를 이어 붙여 성능을 끌어올렸다.
R&D 인력에서도 경쟁사인 삼성 고위 관계자의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 관계자는 “애플은 직접 제품을 생산하지 않지만 부품을 개발하는 R&D 인력만 2만 명에 육박한다”며 “1500명 정도인 삼성전자 R&D 인력보다 10배 이상 많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애플이 통일된 칩셋 설계를 발판 삼아 증강현실(AR), 전기차 등 제품 생태계를 더 확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해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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