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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서 물건값과 이용료가 올라가는 건 당연히 비용 상승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인력난과 공급난을 겪고 있다. 일할 사람과 자재가 부족하니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
소비 여력이 건재한 건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격 상승 덕분이다. 게다가 임금 상승으로 소득도 늘고 있다. 구인 기업은 넘쳐나는데 구직자는 턱없이 부족해 임금은 계속 오르고 있다. 10만달러 이상을 줘도 장거리 트럭 운전사를 구하기 힘든 게 미국 노동시장의 현실이다.
고소득자들은 아예 연봉의 앞자리 숫자를 바꿔가며 이직하고 있다. 10만달러 연봉자가 20만달러 연봉자로 탈바꿈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연봉을 마음대로 올려주기 힘든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기업으로 옮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워싱턴 내 국제기구도 예외가 아니다. 모두 인력 유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미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근접했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정책을 펼쳐도 경기침체를 수반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임금이 급등하고 있는 미국 고용시장 때문에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긴축 시기가 14회 있었는데, 이 중 2년 안에 경기침체가 발생한 경우는 11회였다. 1965년, 1984년, 1995년만이 예외였다.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완화시키며 연착륙에 성공한 때다. 다만 당시는 지금과 달리 인력난이 심각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임금 인상률이 6.5%인 현 상황과는 딴판이었다는 얘기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현재 임금 인플레이션은 40년 만의 최고 수준”이라며 “경기침체를 일으키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완화시키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고용시장 상황을 근거로 한 미국 경기 낙관론과 비관론 중 무엇이 적중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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