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2020년 취임 직후 계열사 대표에 대한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면서 최 전 차관을 농협대 총장으로 임명했다. 선거를 통해 뽑힌 농협중앙회장은 첫 번째 인사를 통해 '논공행상'을 벌인다. 전국에 퍼져있는 지역농협이 농협중앙회에 권한을 행사하는 농협 지배구조의 특성상 인사에선 '지역 안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산고 출신인 최 전 차관은 '서울' 권역 몫으로 농협대 총장에 낙점됐다.
이때 농협 안팎에선 '왜 무리한 인사를 하느냐'는 뒷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의 상아탑으로 불리는 농협대 총장은 농협중앙회 각 사업 부문의 대표이사급의 위상을 가진다. 농협대 총장은 이전까지 줄곧 농협중앙회 출신이 맡아와 최 전 차관의 선임은 파격으로 여겨졌다. 특히 최 전 차관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있다는 의혹을 받고 퇴진한 터라 '굳이 왜…'라는 의문이 농협 안팎에서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최 전 차관은 정부 조직에서 신망 높은 관료로 선임 당시 '능력'면에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농협은 경제·금융 관료를 적절히 영입해 효과를 봤던 조직이다. 특히 농협금융 회장 자리를 거친 관료 출신 인사만 신동규(2대), 임종룡(3대), 김용환(4대), 김광수(5대) 회장 등 총 4명이다. 이들은 농협금융이 지주사 체계를 다지고,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 인수하고, 대규모 부실 청산(빅배스)을 해내는 변곡점을 넘어서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 회장도 중앙회 이사(2003~2010년), 감사위원장(2008년~2015년) 등을 지내며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인물이다. 농협은 농협법에 근거한 조직인데다, 농협금융은 농업 정책대출을 많이 취급하는 특성상 '관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도 정관계에 두터운 인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평소 능력 있는 관료는 언제든 쓰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안팎에서 최 전 차관의 재임 기간 농협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농협금융 계열 NH농협생명에 지급여력비율(RBC) 문제가 불거지자, 최 전 차관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 자격으로 금융당국에 보험사 건전성 위기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 전 차관이 힘든 시절 농협이 손을 잡아준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며 "팔을 안쪽으로 굽힐 순 없더라도, 바깥으로만 굽지 않아도 농협은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대훈/이호기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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