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부터 올초까지 얼어붙었던 부동산 경매 시장이 반등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도심 정비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가 반영되면서 재개발 구역 내 노후 빌라와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경매로 낙찰받으면 실거주 의무, 거래허가 등의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피할 수 있어 서울 삼성동, 목동 재건축 단지들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도 반전 분위기가 감지된다. 수도권 낙찰가율은 작년 8월(117.0%) 이후 7개월째 하락하다가 지난달 102.6%를 나타내며 다시 100%대를 회복했다.
부동산 시장 선행지표인 경매 시장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꿈틀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 정부의 규제 완화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재건축·재개발 물건이 반등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 26일 감정가의 7264%에 낙찰된 서울 노원구 중계동 노후 주택(건물면적 23㎡)이 대표적이다. 토지 없이 건물만 경매 대상이던 이 물건은 감정가(640만원)의 72배인 4억6400여만원에 매각됐다. 재개발이 본격화하면 조합원 자격을 얻는다는 점이 투자자를 끌어모아 이례적으로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지방 재개발지역 물건에도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19일 매각된 대전 서구 변동 도로 부지(면적 100.2㎡)도 감정가가 5100만원인데 낙찰가 2억9700만원에 매각됐다. 낙찰가율이 577.79%, 응찰자 수도 129명에 달했다. 재개발지역 내 도로 부지도 일정 면적 이상(서울시 90㎡ 이상)을 보유하면 조합원 자격이 있다는 점을 노린 투자였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재개발 사업은 건물, 토지, 지상권 중 하나만 있어도 조합원 조건이 충족된다”며 “재건축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입주권을 얻을 수 있어 경매 시장에서 인기”라고 말했다.
일반 매매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이 지역 부동산을 거래할 때 구청장의 허가가 필요하고 주거용은 2년 실거주 의무가 생긴다. 반면 경매는 민사집행법에 따라 집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2년 실거주 의무가 없고 거래를 허가받을 필요도 없다. 자금조달계획서도 제출하지 않는다.
지난달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11단지 전용면적 51.48㎡는 감정가(9억3200만원) 대비 31.4% 높은 12억2510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 수는 18명이었다. 지난달 12일 낙찰된 삼성동 롯데 전용 92㎡도 낙찰가율 105.88%를 기록하며 21억5999여만원에 매각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부동산 규제 완화 방향을 거듭 확인하면서 부동산 시장 선행지표인 경매 시장 분위기가 먼저 풀리고 있다”며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반등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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