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까지도 2%대 중반을 유지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 3%대로 올라선 뒤 올해 3월(4.1%) 10년 만에 처음으로 4%대를 넘어섰다. 체감 물가와 직결되는 생활물가지수도 1년 전보다 5.7% 높아졌다. 2008년 8월(6.6%)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번 물가 상승세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으로 공업제품(7.8%)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 컸다. 공업제품 중 휘발유(28.5%) 경유(42.4%) 등 석유류가 34.4% 급등했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도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6.8% 올랐다.
거리두기 해제로 외부 활동이 늘고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외식(6.6%) 등 개인 서비스(4.5%) 물가도 크게 올랐다. 지난 3월 오름세가 주춤했던 농축수산물도 축산물(7.1%)을 중심으로 1.9% 뛰었다.
그동안 하반기 이후 물가 안정을 예상했던 정부도 한동안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견해를 수정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통계심의관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하반기로 가면서 역기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지만 현재로선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최근 외식 품목 상승세도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 상승도 수입 물가 상승에 주요한 영향”이라고 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연 뒤 “물가가 당분간 4%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도 물가를 잡을 만한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은이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4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물가가 성장보다 더 걱정”이라고 했다.
이날 공개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의사록에서도 고(高)물가에 대한 우려가 나타났다. 한 금통위원은 “현재 글로벌 공급 충격이 성장보다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물가 상승 국면이 여전히 진행형임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의 지속성도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3%대에서 2%대 중·후반으로 낮출 것이라고 예고한 만큼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황정환/조미현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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