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을 위해 국회 본회의를 앞당기고, 국무회의는 늦추는 등 막판까지 전례를 찾기 힘든 당·청 합작 ‘꼼수 릴레이’까지 펼쳤다. 임기가 1주일도 남지 않은 정권이 무엇이 급해 군사작전하듯 대못을 박고 떠나는지,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법 시행으로 발생할 후유증이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했고, 검찰도 검토하고 있다.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도 헌법소원, 위헌소송을 줄줄이 준비하고 있다. 국민투표 주장까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터져 나올 갈등으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고 책임질 건가. 국민 통합에 앞서도 모자랄 판에 떠나는 대통령이 대분열, 대혼란의 폭탄을 던져놓은 것은 도리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국민 뜻을 깡그리 무시한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에 대해 여권을 빼고 다 비판하고 있고, 여론조사에서도 반대가 월등하다. 그런데도 숙의 과정은 다 건너뛰었다. 문 대통령이 민의(民意)를 조금이라도 존중했다면 폭주를 막았어야 정상이다. 이 법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이 볼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조사 지연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대한변협 조사에 따르면 변호사 74%가 지난해 1월 이후 경찰 조사 지연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그런 판에 4대 중대범죄 수사권까지 경찰로 넘어가면 이런 사태가 더 심해질 게 뻔하다. 고발인 이의신청도 막힌다. 오죽하면 법조계에서 “국민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겠나. 문 대통령이 평소 ‘국민을 위한다’는 말을 입에 달면서 검수완박에서는 정반대로 간 것은 ‘국민 배반’에 다름 아니다. 국민은 어떻게 되든 본인 진영만 챙기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문 대통령은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는데, 공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이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 온갖 반민주적 행태를 벌인 데 이어 대통령마저 주무 기관인 검찰의 거부권 요청 의견을 무시하는 등 국무회의를 요식 절차로 삼았다. 취임 초 “국무회의는 소통이 생명”이라고 한 말은 다 어디 갔나. 문 대통령은 지난해 초 검경 수사권 분리 입법 과정에서 검찰 등의 의견 수렴과 함께 속도조절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래 놓고 완전히 태도를 바꿨다. 정권 비리 수사를 막고 ‘퇴임 후 안전 보장’을 위한 것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의 심판이 두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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