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각색한 이야기다.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는 이 작품으로 제74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오토가 죽은 지 2년 후 가후쿠는 히로시마 연극제의 연출을 의뢰받아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를 만난다. 처음 본 타인이 내 차를 운전한다는 것은 꽤 신경 쓰이는 일. 가후쿠는 자신이 15년 동안 탄 붉은색 자동차 키를 건네는데 거부감을 표한다. 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미사키의 요구에 못이긴 그는 결국 자신의 운전대를 맡긴다.
영화는 로드무비 형식을 충실히 따라간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차를 타고 가는 여정만으로 두 사람은 서로를 점점 이해하게 된다. 세상과 차단된 공간인 자동차 안. 생전 오토가 녹음해준 대본을 들으며 대사 연습을 하는 가후쿠, 연극의 세계에 관심 가지게 되는 미사키. 둘은 서서히 서로의 과거를 터놓는다. 산사태로 가족을 잃은 미사키는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려 결국 2년 전 고향 홋카이도를 떠나 서쪽 끝 히로시마까지 도망 왔다고 한다. 상처를 공유하면서 천천히 마음을 열게 되는 두 사람. 영화는 배경음악 없이 자동차 배기음과 도시의 소음만으로 쓸쓸한 극의 분위기를 전달한다.
달라지는 좌석의 위치도 둘의 사이가 가까워 짐을 암시한다. 운전석과 뒷좌석에 앞뒤로 앉아 있던 두 사람은 후반부에선 운전석과 조수석 옆자리에 나란히 앉는다. 하마구치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앞뒤로 앉는다면 큰 목소리로 ‘상대방에게 전달한다’는 요소가 강하지만, 옆에 앉으면 스스로의 감정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며 “자가용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영화 말미. 가후쿠와 미사키는 차를 운전해 함께 미사키의 고향 훗카이도로 간다. 도망쳐왔던 그곳에서 침묵하고 외면했던 자신들의 상처를 직시한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고통과 상실의 삶 속에서도 계속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담담한 대사와 푸른 도시풍경과 붉은색 차량이 대비되는 미장센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다. 원작 소설에는 없는 결말이 궁금한 하루키팬이라면 감상해 보길.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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