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205/02.29647079.1.jpg)
"혹시 대출이 필요하신 경우 대출상품도 함께 안내받으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A 부사장은 최근 회사 내 IR 팀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는 이메일엔 대출상품까지 안내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서다. A 부사장은 "IR 팀에서 종종 회사 주가를 업데이트해주는 이메일을 보내주긴 하는데 대출까지 언급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주가 부진에 따른 고민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임원의 자사주 매입은 공시 대상이라는 점도 부담스럽다. 현행법은 최대 주주나 주요주주, 등기 임원이 주식을 취득하거나 매각하면 5거래일 내 지분 변동 공시를 해야 한다. 자본시장법상 지분증권 매도신고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주요 임원들은 몇주를 얼마에 샀는지가 낱낱이 공개된다. 투자자들을 위한 주요 정보이기 때문에 공시 대상이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개개인의 재테크 정보가 알려진다는 점에서 자사주 매입을 피하는 임원도 적지 않다.
특히 회사가 자사주 매입을 한 뒤 소각하면서 유통량이 줄어들면 그 주식의 가치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수요·공급 원칙과 주당 순이익(EPS) 증가에 따른 현상이다. 애플은 지난해 102조원(855억 달러)어치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했다. 이 기간 애플의 주가는 130달러대에서 170달러대로 치솟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7년 이후 회사 차원의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자사주 매입을 결정할 여유가 없었을뿐더러 2017년 자사주 매입 당시 오너가의 지분율을 올리기 위해서라는 오해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 주주가 500만명을 넘어서면서 자사주 매입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져 회사 안에서도 대규모 자사주 매입 필요성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는 당분간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기 어려워졌다. 임원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는 것도 이 부회장의 사면 불발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업의 IR 담당자는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위해선 수십조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이같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부회장밖에 없다"며 "당분간은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