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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된 가치주를 발굴해 장기 투자하며 자산을 불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유일하게 지속한 단기 투자기법이 공개됐다. 대기업 사이에서 인수합병(M&A)이 이뤄질 때 차익을 노려 투자하는 방법이다.
3일(현지시간) CNBC는 버핏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합병 거래에서 단기 투자 기회를 잡아 차익을 이뤄냈다고 보도했다. 지난 30일 버핏 CEO는 대면 연례총회에서 합병 당시 액티비전 주식을 추가 매입했고 곧 인수합병이 마무리될 거라고 밝혔다.
버핏은 이날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인수가 성사될 것으로 보고 차익 거래를 목적으로 이 회사 지분을 늘리고 있다”며 “보유한 액티비전 지분이 10%를 넘어서면 이를 당국에 신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버크셔는 액티비전 지분 9.5%를 보유하고 있다.
버핏 CEO가 주도한 합병차익 거래는 두 기업의 주식을 활용한 투자기법이다. 인수 대상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동시에 합병을 추진하는 기업은 매도하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피인수 기업 주식은 합병가액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면 주가가 치솟는다. 반대로 인수기업 주가는 하락한다. 인수기업 주식을 대량 매도 또는 공매도해서 차익을 얻는 것이다.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액티비전을 주당 95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날 액티비전의 주가는 60달러 수준이었다. 인수 소식이 퍼지자 주당 80달러까지 치솟았다. 버핏 CEO는 “당시 액티비전 주가가 안정됐을 때도 인수할 금액과 주가는 큰 폭의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3일 액티비전은 주당 78달러에 장 마감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한 주당 95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완벽한 투자법은 아니다. 위험요소가 있어서다. 두 기업이 합병할 때 규제 당국에서 독점 방지를 근거로 합병을 무산시킬 수 있다. 버핏 CEO는 “투자자가 유리해 보이는 투자법이지만 인수가 무산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거래가 무산되면 액티비전 주식을 주당 40달러에 매각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버핏 CEO는 이런 합병차익 거래를 50여년간 이어왔다. 2016년 독일 제약사 바이엘 AG가 미국의 농업생물공학 기업 몬산토를 인수할 때도 몬산토와 지분인수 협상을 펼쳤다. 2019년 미국의 IBM이 클라우드 업체 레드햇을 인수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단기 투자를 시행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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