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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설립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IONQ)가 공매도 투자사의 표적이 됐다. 이 여파로 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아이온큐 주가는 9.03% 급락했다.
미국 공매도 투자사인 스콜피온캐피털은 이날 아이온큐를 조준한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아이온큐의 전·현직 임직원 7명을 포함한 25명과 인터뷰한 결과 아이온큐가 양자컴퓨터 기술과 관련한 폰지(다단계) 사기극을 벌였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스콜피온캐피털은 아이온큐의 핵심 기술인 32큐비트(퀀텀비트·양자컴퓨터 및 정보의 기본 단위) 시스템이 실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이온큐는 2020년 10월 32큐비트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기반으로 아이온큐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해 지난해 10월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당시 양자컴퓨터 기업이 뉴욕증시에 입성한 세계 최초 사례로도 화제를 모았다.
스콜피온캐피털은 인터뷰를 기반으로 아이온큐의 32큐비트 양자컴퓨터 시스템이 실존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이온큐의 실제 기술력은 11큐비트 시스템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불안정하고 오류가 높다고 했다. 또한 당시 아이온큐 내부 구성원의 반대에도 경영진이 32큐비트 양자컴퓨터 시스템 발표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온큐를 두고 미 전기트럭 스타트업 니콜라를 연상케 하는 사기극을 벌였다고도 했다. 미 공매도 투자사 힌덴버그리서치는 2020년 니콜라의 기술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냈고 이후 트래버 밀턴 니콜라 창업자는 사임했다.
스콜피온캐피털은 또 아이온큐 창업자들이 회사에 거의 출근하지 않고 있으며 피터 채프먼 최고경영자(CEO)가 10대 시절 MIT 연구소에 참여했다는 이력도 거짓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직 스콜피온캐피털의 주장 진위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스콜피온캐피털은 그동안 여러 차례 공매도 보고서를 내며 공매도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려왔다.
아이온큐는 김정상 듀크대 교수, 크리스 몬로 메릴랜드대 교수 등이 2015년 설립했다. 김 교수는 아이온큐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아이온큐는 미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GV(구글벤처스), 록히드마틴, 에어버스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투자했다.
‘서학개미’들의 매수세가 집중된 종목 중 하나기도 하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6위를 차지했다. 이날 아이온큐 주가는 전날보다 9.03% 떨어진 7.15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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