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여자가 콘돔 안산다?…편견 뒤집으니 새 시장 보였죠"

입력 2022-05-05 17:16   수정 2022-05-13 18:54

“다들 망한다고 했어요. 여자가 콘돔을 안 산다는 거죠.”

여성 건강을 생각하는 콘돔을 시장에 내놓은 박지원 세이브앤코 대표(사진)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 창업했다. ‘한국이라 안 된다’ ‘여성을 공략하면 안 된다’ 등 안 될 이유는 많았다. 세이브(SAIB)도 영어로 편견(BIAS)을 거꾸로 한 이름이다.

지난 4일 서울 대방동 스페이스살림 내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창업 후 5년 동안 인터넷 악플이나 투자업계의 부정적 시선을 견뎌내는 게 쉽지 않았다”며 “점점 인지도가 쌓이면서 ‘여성 소비자가 들어와야 시장이 커진다’는 지론이 증명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국내 콘돔 시장은 연간 500억이 채 안 된다. 이 중 여성 구매 비율은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기준 콘돔 사용률은 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다. ‘안 되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그가 줄곧 들은 이유다.

박 대표는 그러나 “한국은 콘돔 사용률이 낮아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작은 것”이라며 “여성들이 거부감 없이 콘돔을 살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성 건강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창업 초기엔 악플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처음 콘돔을 사봤다’ ‘성년의 날을 맞아 딸을 위해 샀다’는 댓글을 보며 힘을 받는다”고 했다.

세이브 콘돔은 박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금속 케이스에 담겼다. 레드닷, 아이디에이, IF 등 세계 3대 디자인상을 석권했다. 향료나 여성 신체에 유해한 성분도 배제했다. 콘돔 3개가 들어 있는 제품 가격이 7900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지금까지 80만 개가 팔렸다.

그는 “야한 여자 사진이 있거나 번쩍이는 말 동상이 그려져 있는 콘돔 대신 여성들이 가방에 넣고 다녀도 거부감이 없는 디자인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스스로 사업가 스타일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세이브가 세 번째 창업인 연쇄 창업가다. 2008년 이화여대 시각디자인학과 4학년 때 브랜드 디자인 회사 ‘데어즈’를 공동 창업했고, 이어 기부를 일상화하는 ‘이분의 일’ 프로젝트의 공동 대표를 맡았다. 미국 텍사스대 디자인학과 교수를 하던 2018년 2월 세이브를 창업해 이듬해 교수직을 내려놓고 아예 한국에 돌아왔다.

세이브는 하반기 미국과 대만 진출을 본격화한다. 올가을엔 시리즈A 라운드를 진행해 투자금도 조달할 예정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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