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은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지난달 기자가 가본 오스틴은 ‘명불허전’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등 여느 대도시 도심과 달리 오스틴 다운타운에선 노숙인들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도시를 관통하는 콜로라도강변엔 구글 등 글로벌 기업 간판을 단 고층 건물이 즐비했고, 미개발 지역인 ‘이스트오스틴’엔 빌딩 공사가 한창이었다. 시 외곽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테슬라 기가팩토리 등은 밤에도 불을 밝히고 있었다.
오스틴은 지방 법인세와 개인소득세가 ‘0%’다. 투자를 결정한 기업에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준다. 그는 “세금을 적게 물리니까 글로벌 기업들이 본사를 오스틴으로 옮기거나 현지 투자를 늘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실리콘밸리의 터줏대감 오라클이 본사를 오스틴으로 옮겼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도 오스틴 이전 행렬에 합류했고, 애플은 7000여 명이 근무할 수 있는 캠퍼스를 짓고 있다.
오스틴시가 법인이나 개인에게 다른 세금을 많이 물려 부족한 돈을 메꾸는 것도 아니다. 미국 통계국의 2020년 자료를 보면 오스틴이 속한 텍사스주의 1인당 세금 부담은 4481달러다. 미국 평균 5392달러보다 적다. 세금 부담이 가장 높은 뉴욕(9829달러)에 비해서는 약 55% 낮다.
오스틴시가 노리는 건 ‘선순환’ 효과다. 애들러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들어오니 좋은 일자리가 생기고 이를 차지하기 위해 젊은 인재가 몰린다”며 “도시의 문화가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구 자체가 늘기 때문에 개인소득세나 법인세를 물리지 않아도 세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뜻이다. KOTRA 댈러스무역관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오스틴의 인구 증가율은 32.4%다. 텍사스주(16.9%)와 미국 전체(6.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18~44세 인구 비율은 43%에 달하고 경제활동인구의 47%가 대졸자다.
시장들은 좋은 도시로 선정된 배경을 묻자 한목소리로 ‘기업친화적’인 정책과 '일자리'를 꼽았다. 마이클 핸콕 덴버시장은 “기업에 우호적인 규제 환경과 기업을 환영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퀄트릭스, 비비드, 앤세스티닷컴 등 유명 스타트업을 배출하고 있는 유타주의 프로보도 마찬가지였다. 미셸 카우프지 프로보시장은 이날 세션 청중에게 개인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고 ‘무엇이든 물어보라’며 서비스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프로보로 오면 도울 수 있는 건 다 돕겠다”고 약속했다.
덴버는 미국에서 ‘여성기업인의 천국’으로 불린다. 애들러 시장 역시 “자격증이 없어도 2년 정도 기술을 연마하면 연봉 10만달러를 받을 수 있는 ‘중급기술자’를 키우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시민 대상 직업 재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마이애미시는 무료 유치원·방과후돌봄학교 서비스를 확대해 소득 중하위계층 시민들이 ‘맞벌이’에 부담 없이 나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프랜시스 수아레즈 마이애미시장은 “커뮤니티컬리지, 해군대학과 협업해 ‘직업 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며 “20년 전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가난했던 마이애미가 최근엔 실업률이 1.4%에 불과한 고급 일자리의 도시로 변했다”고 했다.
로스앤젤레스=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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