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찰에 따르면 스마트폰·태블릿PC의 CMC(다른 기기에서 전화·문자하기) 기능을 악용한 전화 금융사기가 늘어나고 있다. CMC는 사용자 편의를 위해 태블릿PC와 스마트워치 등으로도 스마트폰과 연동해 전화할 수 있도록 한 기능이다. 국제전화를 국내 전화로 속이거나 금융회사에서 보낸 것처럼 미끼 문자를 보내는 범행 비중이 최근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사기범들은 해외나 070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표시하려고 ‘VoIP 게이트웨이’ 또는 ‘심(SIM)박스’ 등의 불법 중계기를 주로 썼다. 하지만 이 비중이 최근 급감했다. 인천본부세관에 적발된 불법 중계기 밀수입 건수는 2020년 95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3건에 불과했고, 올 들어 3월까지는 한 건도 없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연동은 불법 중계기 방식에 비해 비용이 덜 들고 사용이 간편한 데다 추적을 따돌리기도 쉬워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보이스피싱 번호가 노출되면 유심 공급책이 다른 유심을 구해와 스마트폰 관리책에게 전달하면 그만이다.
범행 기술이 진화하면서 국내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전화 금융사기 피해 발생 건수는 전월(1750건)보다 18% 증가한 2067건에 달했고, 피해액은 499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4% 증가했다. 연간 피해 규모도 2020년 7000억원에서 지난해 7744억원으로 10%가량 늘었다. 2018년 4040억원에 비해선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원격 업그레이드를 통해 범행을 예방하고 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조직은 주로 값싼 중고 스마트폰을 활용하기 때문에 범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와 업무협약을 맺고 보이스피싱에 악용되는 기능을 규제하는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은행이나 관공서에선 ‘010’으로 시작하는 개인 전화번호로 연락하지 않을뿐더러 현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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