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반토막' SC제일은행, 배당만 늘렸다

입력 2022-05-05 17:46   수정 2022-05-06 00:52

SC제일은행의 점포 축소와 인력 감축이 계속되고 있다. 고액 자산가 대상 자산관리(WM)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서라지만 해외로 빠져나가는 배당금은 오히려 늘었다. SC제일은행을 운영하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2005년 이후 배당과 브랜드 사용 명목 등으로 모기업인 SC그룹에 보낸 돈은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직원 줄이는데 임원은 늘어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작년 말 기준 점포와 직원은 198개와 3726명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2년(367개·5675명)과 비교해 각각 46.4%와 34.3%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 점포와 직원이 1193개, 2만1693명에서 914개, 1만7083명으로 각각 23.4%와 21.3%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감소 폭이 크다.


영업 거점인 점포와 인력 축소는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1279억원으로 전년보다 50.3% 급감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SC제일은행은 작년 4분기 특별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특별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은 570여 명으로 2015년(960여 명) 이후 가장 많았다.

직원은 줄어든 반면 임원 숫자는 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임원(미등기 임원)은 2019년 22명, 2020년 23명, 2021년 27명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 기준 국민은행 임원(21명)보다 많다. 작년 임원 평균 급여도 5억2100만원으로 국민은행(4억6400만원)과 비교해 5700만원 더 많다. SC제일은행의 자산은 86조원으로 국민은행(483조원)의 20%에도 못 미친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도 실적과 관계없이 매년 11억원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산 규모가 5배 이상 큰 은행보다 임원도 많고 연봉이 더 높다는 점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구조”라고 꼬집었다.
인수액 이미 뽑아…현금 자판기 전락
SC제일은행의 몸집이 줄고 있지만 배당은 오히려 늘었다. 작년 배당액은 800억원으로 2020년(490억원)보다 63.3% 급증했다. 배당성향(배당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비율)도 19%에서 62.6%로 껑충 뛰었다. 25%가량인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의 배당성향보다 훨씬 높다. 6500억원을 배당한 2019년엔 배당성향이 무려 208%에 달하기도 했다. 그나마 배당금이 490억원으로 적었던 2020년엔 금감원이 은행권에 배당성향을 20%로 권고한 데 따른 결과였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배당금을 받아 가는 금융지주사와 달리 SC제일은행의 배당금은 지분 100%를 보유한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NEA가 전부 가져간다. SC제일은행 노조에 따르면 SC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2005년 이후 SC그룹에 지급한 돈은 배당금 2조6000억원, 해외 용역 수수료·브랜드 사용료 1조원 등 3조6000억원에 달한다. SC그룹의 제일은행 인수금액 3조4000억원을 웃돈다. 한국 시장을 현금 자판기처럼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안에 SC제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 3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은행은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은 “배당금 일부는 SC그룹에서 재투자금으로 지급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한국을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 출신 자산관리전문가 20여 명을 채용하고 수도권과 부산에 SC증권이 입점한 복합점포를 10개 여는 등 자산관리(WM) 분야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김보형/이인혁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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