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7차로 '아찔한 무단횡단'…"쟤 미쳤다" 킥보드에 분노 [아차車]

입력 2022-05-08 06:30   수정 2022-05-08 09:41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사용 인구가 크게 늘면서 고라니처럼 불쑥 튀어나와 운전자를 위협하는 전동 킥보드 운행자는 '킥라니'(킥보드+고라니)에 대해 주의가 요구된다.

유튜브 한문철 TV에는 킥보드 관련 사고 영상이 잇따라 게재됐다. 지난 6일 "킥보드와 사고 날 뻔했다. 정말이지 이런 킥보드는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왕복 7차로를 무단횡단하는 킥보드의 아찔한 주행 영상이 공개됐다.

제보자 A 씨는 지난 4월 29일 오후 9시경 경기도 화성시 인근 교차로를 청신호에 직진 통과하려는 중이었다. 그는 "사거리를 지나기 전 길가에 주차된 트럭 옆에서 전동킥보드가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타임라인으로 9초 정도"라고 설명했다.

A 씨는 며칠 전에도 해당 사거리에서 킥보드가 신호위반하고 주행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어 주시하며 운전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킥보드가 횡단보도 앞에서 정지하거나 우회전하겠지 생각했는데 갑자기 무단횡단을 하는 바람에 급정거하게 됐다"고 밝혔다.

블랙박스 영상에는 긴급했던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횡단보도 앞에서 A 씨는 차량을 가까스로 정지시켰고, 함께 차량에 탑승했던 아내는 "여보, 괜찮아? 사고 났어?"라고 물었다. A 씨는 "쟤 미쳤다"고 말했다.

A 씨는 당시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고 속도를 줄이고 있던 상황이라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문철 변호사는 A 씨가 앞 유리 차량 선팅을 35%로 했기 때문에 큰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선팅은 투과율 숫자가 낮을수록 어둡다.

그는 "킥보드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선팅 수치가 35%였고 운전자가 적절히 방어운전 했기 때문이다"라며 "앞 유리 선팅 수치가 15~20%였다면 안 보였을 수 있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선팅 밝게 하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제보자 B 씨는 "직진 중 전동 킥보드와 사고가 났고, 킥보드 운행자가 많이 다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라고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4월 29일 밤 11시 50분경 경기도 양주시 인근 도로를 달리던 B 씨는 파란불에 직진하던 중 교차로 건너편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킥보드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충돌했다.

영상에서 킥보드 운전자는 적신호에 도로를 건너다 B 씨 차량에 그대로 부딪혔고 킥보드는 산산조각이 났다. 헬멧 착용 유무는 어두워서 확인되지 않았다.

B 씨는 "킥보드 운전자는 머리를 다쳤고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라며 "저희 쪽 보험사 직원으로 안내받았고 의사 이야기로는 6개월~1년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B 씨 차량은 벤츠로 수리 견적 3000만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그는 "킥보드는 보험이 없고 저희 보험사 쪽은 정확히 이야기를 안 해준다. 저도 과실이 잡힌다고 하는데 많으면 30~40%라고 한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전동 킥보드가 맞은편 차 불빛으로 들어가 안 보였을 것이다. 블랙박스 차 운전자에 잘못이 없다는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이나 담당 조사관이 전방주시 태만이라고 지적할 가능성도 있다"며 "킥보드 운전자가 중상해이므로 합의가 안 되면 재판받아야 한다. 이런 사고일 때는 형사 합의는 하면서 무죄 다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티즌들은 "빨간불에 넘어오는 데 과실이 왜 잡히나. 남의 인생이 피해주지 말라", "저건 킥보드 100% 잘못 아닌가", "다친 건 안타깝지만 정말 대책 없었다", "이 사건은 킥보드가 도로로 나오면 안 되는 이유를 100% 보여주는 듯", "차주가 마음고생이 심하겠다. 날벼락 맞은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경기 남부지역에서만 발생한 전동 보드 사고는 모두 441건으로 4명이 숨지고 488명이 다쳤다. 경기 북부에서도 2020년 38건, 2021년 95건, 2022년은 4월까지 27건 등 증가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킥보드 관련 교통사고 67건이 발생해 70명이 다치고 1명이 숨졌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관련 사고가 46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48명이 부상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토바이나 자전거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킥보드로 인도나 횡단보도로 다녀서는 안 된다"며 지적했다.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었던 전동 킥보드는 지난해 5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제2종 원동기 장치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 보유자만 운전할 수 있다.

전동 킥보드 승차정원은 1명이며 2명 이상이 한 킥보드에 탈 수 없다. 또 음주운전 시 범칙금 10만원, 음주 측정 불응 시 13만원, 무면허 운전 시 10만원, 안전모 미착용 2만원이 부과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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