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과거 사례로 볼 때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외국인 투자 자본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위기 징후가 곳곳에 잠재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한·미 간 금리가 역전이 되면 자본 유출을 부채질할 것이란 관측이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원40전 오른 1272원70전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1272원50전) 2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일주일 만에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2000년 이후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았던 시기는 총 세 차례다. 이들 시기 모두 원·달러 환율은 안정세를 보였다. 예컨대 한·미 금리가 최대 1.0%포인트 역전된 2005년 8월부터 2007년 8월에는 원·달러 환율이 한때 900원대까지 떨어질 정도로 원화가 강세였다. 그 결과 전체 외국인 자본은 1055억달러 순유입을 기록했다.
2018년 3월부터 2019년 10월에는 외국인 자본이 총 187억달러 순유입됐다. 하지만 환율 상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초반에는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자본은 유입됐다. 반면 2018년 6월부터 환율이 1100원대로 오르면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늘어났다. 당시 2400선을 유지하던 코스피는 2300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외국인 자본이 더 빨리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역적자가 심화하면서 여기에 서비스 및 자본 수지를 합한 경상수지 흑자 폭이 축소되고 있는 것도 자본 유출의 위기를 키우는 요인이다. 무역수지는 올해 1월 47억3400만달러 적자에서 2월(8억9200만달러) ‘반짝’ 흑자로 돌아선 뒤 3월과 4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월 흑자 폭이 줄어든 경상수지가 3·4월 적자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한 데 따른 적자이기는 하다”면서도 “무역수지 적자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을 자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중 간 금융시장은 동조화된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한·미 금리가 역전된 시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0%대를 기록할 정도로 높았다. 올해 중국은 4%대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역시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5%로 인상하면서 이른바 ‘중국 쇼크’를 경고했다. 한은은 당시 금통위 회의에서 “과거 중국에서 금융 불안이 심화했던 기간에 국내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유출된 사례가 있다”며 “향후 중국 성장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다면 자본유출 압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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