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혼선에도…분당·일산 아파트값 '훨훨'

입력 2022-05-06 17:15   수정 2022-05-16 15:59

경기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등 1기 신도시 아파트값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최근 ‘공약 파기’ 논란이 일었던 ‘1기 신도시 특별법’ 추진이 새 정부 110대 국정 과제 발표를 통해 공식화되면서 재건축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기대가 재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집값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특별법이 실제 시행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대감에 편승해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기 신도시 집값, 23주 만에 최대 상승
6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에 따르면 5월 첫째 주(2일 기준)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05% 올랐다. 4월 둘째 주 이후 4주 연속 상승세다. 성남시 원도심인 수정구와 중원구 아파트값이 한 달 넘게 보합이나 하락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고양시 일산동구와 일산서구 아파트값도 각각 0.06%, 0.03% 올라 1주일 전보다 상승폭이 확대됐고, 산본 신도시가 속한 군포시는 보합에서 0.06% 상승으로 전환했다. 중동 신도시가 있는 부천시는 -0.04%에서 -0.01%로 하락폭이 줄었다. 민간 기관인 부동산R114 조사에서도 이번주 1기 신도시 5곳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0.06%로 작년 11월 셋째 주 이후 23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매수 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 거래 건수도 늘고 있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분당구 아파트 거래량은 181건으로, 지난 2월(81건)보다 80% 가까이 증가했다. 아직 거래 신고 기한(계약 후 30일)이 3주 넘게 남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4월 거래량은 올해 최다인 3월의 230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 규제 완화 수혜가 예상되는 일부 아파트에선 직전 거래가보다 수억원씩 오른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재건축 가능 연한(입주 30년 차)을 맞은 분당구 수내동 ‘양지2단지청구’(768가구) 전용면적 134㎡는 지난달 6일 신고가인 22억원에 거래됐다. 3월 거래가(20억5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뛴 금액이다.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문촌17단지신안’(504가구, 1994년 준공) 전용 172㎡도 같은 날 13억5500만원에 거래되며 한 달 전(12억원)보다 1억5500만원 올랐다.
○특별법 제정까지 상당 기간 걸릴 듯
대다수 전문가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이 구체적으로 입안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은 작년부터 재건축 연한을 맞기 시작했지만, 특별법이 시행되지 않는 한 현행 도시계획 규정으로는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은 이미 분당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에 의해 초안이 마련된 상태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한 용적률 규제에 예외를 둘 수 있게 했을 뿐 용적률 상한을 얼마나 올릴지, 특별법 적용 대상을 어디로 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빠져 있다. 심교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동산TF팀장은 국정과제 발표 당시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마스터플랜을 통해 종합 발전 계획을 구상하고, 질서 있게 재정비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부 연구용역과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 입법 단계에 들어가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법의 규제 완화 수위가 1기 신도시 주민들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어느 특정 지역에 통으로 용적률 상한을 500%로 해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 출범 초기 전폭적인 규제 완화를 단행하기엔 집값 불안이나 다른 지역의 반발 등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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