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지상 최고 60층, 총 2400가구 규모의 초고층 단지로 재건축이 추진된다. 또 인근 한양아파트는 50층, 1000가구 규모 재건축단지로 조성된다. 서울시가 여의도의 대표 노후 단지인 시범과 한양을 초고층 단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여의도 일대 재건축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6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는 최근 여의도 시범 및 한양아파트 주민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의 신속통합기획안 간담회를 열었다. 서울시가 마련한 여의도 아파트 정비계획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시범아파트는 준주거지역으로 종을 상향하고, 한양아파트는 상업지역으로 높여 초고층 단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기부채납(공공기여) 방식 등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하반기 주민공람 후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속통합기획’은 민간 주도 개발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각종 계획과 절차를 지원하는 제도로 작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비사업 정상화를 위해 도입했다.
1971년 준공된 시범은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로 단지 규모가 가장 크다. 서울시는 지상 최고 13층, 1578가구인 현 단지의 용적률을 400% 이하로 끌어올려 여의도 랜드마크 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조망권을 고려해 한강변과 가장 가까운 동의 층고는 30층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975년 지어진 한양(588가구)도 시범과 비슷한 속도로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용적률 600% 이하, 지상 최고 50층짜리 1000여 가구 이상 대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전례 없는 재건축 방식이라 시범, 한양의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은 여의도 일대뿐 아니라 압구정 등 한강변 일대 재건축단지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51년이 된 시범은 2017년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2018년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이유로 서울시 심의가 보류되면서 재건축 사업이 멈춰섰다. 시범은 신탁 방식의 재건축을 추진 중인데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마련된 신통기획으로 사업이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작년 11월 한국자산신탁이 시범의 신통기획 참여를 신청했고, 서울시는 작년 말 건축기획안 용역에 들어갔다.
시범에 이어 여의도 한양도 작년 말 신통기획 재건축 단지로 선정됐다. 한양은 2017년 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2018년 KB부동산신탁과 손잡고 신탁 방식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주민 갈등 등으로 지난 4년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신통기획 추진과 함께 지난달 75%의 주민 동의율을 확보해 사업시행자 지정을 앞두고 있다. 1975년 준공된 이 단지는 용적률 252%로 현재 588가구 규모다.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높여 용적률 600%로 지상 최고 50층짜리 1000여 가구 이상 대단지로 조성할 전망이다. 단지 인근(한양아파트사거리)에는 서울 서부선이 예정돼 있어 일대 교통시설 및 도로 등을 기부채납 형태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께 이들 단지의 정비계획이 주민 공람을 거쳐 확정되면 이후 도시계획위원회 특별분과(수권), 건축·교통·환경 통합심의를 거쳐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여의도 일대 재건축은 2018년 당시 박원순 시장이 통개발 구상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사실상 보류돼 왔다. 이후 작년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면서 개발의 큰 틀은 제시하되 단지별(일부 통합개발)로 재건축의 길을 열어주기로 하면서 지구단위계획을 내놓을 방침이었다.
재건축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여의도 일대 아파트 매매가 거의 없는 가운데 호가는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시범은 작년 10월 전용면적 156㎡가 35억원에 거래된 이후 손바뀜이 없다. 현재 호가는 36억~40억원에 이른다. 또 한양아파트 전용 109㎡는 지난달 14일 20억3000만원 신고가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19억원)보다 1억3000만원 올랐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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