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매년 129만㎿h 규모의 전력을 한국전력에서 공급받고 있다. 연간 71만t 규모의 스팀 소요량을 맞추기 위해 15대의 보일러도 가동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선언한 ‘2045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사용량부터 줄여야 한다.
전기와 열을 동시에 공급하는 열병합발전소는 기존 발전소와 보일러를 각각 가동하는 것보다 에너지를 2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현대차가 울산공장 내 열병합발전소를 자체 건설하기로 한 이유다. 여기에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를 발전 연료로 사용해 대기환경 개선에도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국 산업단지 내 열병합발전소의 에너지 절감 효과는 전력과 스팀을 각각 생산할 때와 비교해 20%, 온실가스 감축 실적은 30% 이상 높다. 업계 관계자는 “1년에 수천GW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현대차로서는 앞으로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에너지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동참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분산에너지는 중소 규모 자가 열병합 발전 등 수요지에서 생산해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다. 대규모 발전소와 장거리 송전선로 건설과 관련해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분산형 전원 비중을 2040년 3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는 전기요금 절감 및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고도로 자동화된 전기차 공장은 일반 자동차 공장보다 에너지 소비량이 훨씬 많다. 울산공장의 전기차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전기요금이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직접 전력을 생산해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LNG는 발전단가가 재생에너지의 절반가량인 데다 켰다 끄는 게 자유롭고, 최대 출력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짧다는 장점도 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LNG가 포함됨에 따라 현대차의 이번 발전소 건설이 친환경 활동으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K택소노미는 어떤 경제활동이 친환경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다만 글로벌 탄소중립 활동을 벌이는 ‘RE100’은 LNG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LNG를 수소 등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RE100은 사업장에 필요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대체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일본 닛산은 최근 영국 선덜랜드 공장에 20㎿ 규모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는 허가를 받았다. 닛산이 유럽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리프’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전력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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