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이 얼어붙을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올해는 주택 구매의 적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미국인의 비율이 44년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9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갤럽은 지난달 1~19일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지금이 주택을 구매할 적기인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이들은 전체 응답자 중 30%에 그쳤다. 지난해(53%) 대비 23%포인트 하락했다. 갤럽이 1978년 이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 비율이 50%를 밑돈 적도 이번이 처음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있던 2008년보다도 주택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미국인들이 많다는 의미다. 2008년엔 이 비율이 53%였다.
교외 지역 거주자들의 인식이 특히 비관적이었다. 교외 지역 거주자들은 지난해 4월 설문조사에선 60%가 당시를 주택 구매 적기라고 판단했지만 지난달엔 이 비율이 27%로 급락했다. 연령대로 보면 청년층의 인식이 안 좋았다. 만 18~34세 응답자 중 단 25%만이 현재 시기가 주택 구매의 적기라고 응답했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집값이 오르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오르고 있는 것이 주택 구매 수요가 위축되는 이유로 풀이된다. 미국 주택시장의 과열 정도를 확인하는 데 쓰이는 주요 지표인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2월 전년 동기 대비 19.8% 상승했다. 1987년 지표 집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상승 폭이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업체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미국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5.27%로 2009년 이후 가장 높다.
내년 주택 가격을 놓고서도 '상승' 의견이 많았다. 갤럽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현재 거주지역의 평균 주택이 내년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대로 집값이 유지되거나(18%) 하락할 것(12%)으로 보는 비율을 웃돌았다. 갤럽은 “주택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주택 판매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주택 수요가 줄면서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을 주요 투자자산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더 늘었다. 갤럽 조사 응답자의 45%가 최고의 장기 투자처로 부동산을 꼽았다. 지난해(41%)보다 4%포인트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식(24%), 금(15%), 예금(9%) 등 다른 자산의 선호율을 압도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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