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이상 착공이 미뤄졌던 ‘서울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 사업에 ‘잠실 돔구장’이 변수로 떠올랐다. 돔구장 건설로 수천억원대 사업비가 추가되면 1년 가량 소요되는 적격성 조사를 다시 거쳐야 하고, 이 경우 사업 추가 지연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 측과 돔구장 건립과 관련한 기본 방침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시 관계자는 “상반기에 논의를 진전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오세훈 시장은 최근 KBO 고위 관계자와도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애초 잠실 마이스 사업의 일환으로 잠실야구장을 한강변에 개방형으로 신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KBO 측에서 돔구장 건립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야구장 설계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잠실 마이스 사업은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35만㎡ 부지에 민간 자본을 활용해 호텔과 야구장(3만5000석), 컨벤션·문화·상업 시설 등을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반세기만에 강남권에서 추진되는 가장 큰 규모의 개발로 총사업비는 2조 1672억원이다. 우선협상대상자는 한화건설 컨소시엄이다.
돔구장 건설이 확정돼 당초 계획이 변경되면 사업은 1년 가량 더 지연될 수도 있다. 민간투자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사업비가 20% 이상 증가할 경우 적격성 조사를 다시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잠실 마이스 사업의 경우 사업비가 4300여억원 증가하게 되면 적격성 재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민자적격성 조사를 주관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잠실마이스 사업에 대해서 적격성 재조사를 시행하면 9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된다”고 말했다.
돔구장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잠실 마이스 사업의 전체 단지 배치를 다시 조정해야 돼 돔구장 건설 비용 외에도 사업비가 추가로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가 비용이 얼마나 투입되는지에 따라 적격성 재조사를 해야 할 수도 있다”며 "다만현재로선 추가 비용 규모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잠실 마이스 사업은 계속해서 미뤄져 왔다. 시는 착공 시기를 2016년에서 2019년으로 늦췄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시에 따르면 당시 적격성 조사에만 3년이 걸리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이후 대규모 개발 사업이 잠실 운동장 주변 부동산 가격을 자극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사업 진행 속도는 더욱 느려졌다. 잠실 돔구장이 확정될 경우 시는 내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추가 사업비를 어떻게 충당할지도 문제다. 시는 추가 재정 투입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한화건설 컨소시엄이 부담할 수도 있다. 시 관계자는 “건설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완공 이후 돔구장을 활용한 수익으로 추가 비용 부담은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돔구장은 유지비, 운영비도 개방형보다 2배 이상 들어 수입이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2017년 국제경기장 설계회사 로세티는 “돔구장 건설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크지 않다”며 "잠실 야구장은 개방형이 이상적"이라고 추천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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