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민관 경제연구원장과 학회장들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부터 노동·교육·연금·공공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대 개혁의 시기를 늦추면 향후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기득권의 저항을 뚫고 개혁을 추진하려면 정권 초부터 뚝심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당장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만 집중하면 안 된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김 원장은 “당장의 복합 위기는 유연한 정책으로 대처하고 중장기적 혁신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 회장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지금 제도를 그대로 두면 연금 고갈 등 감당하기 힘든 상황으로 번질 것”이라며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영 회장도 “국민연금 개혁은 보험료를 소폭 높이고 수혜액을 일부 감소하는 방식으로 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밖에 안 된다”며 “향후 출산율 등을 감안해 대대적인 개혁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저출산·고령화 대응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한국은 2100년이면 나라가 없어질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인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 정원 조정 등 교육 개혁도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정 건전화에 대한 주문도 나왔다. 전 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있는 만큼 관련 예산들은 점차 삭감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때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고 추진되는 가덕도신공항 등 사업들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현 산업연구원장은 “경제의 역동성을 위해 기업들이 마음껏 혁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상만 한국경영학회장도 “새 정부는 기업과 동반자적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또 “과거 고도성장기에 구축된 법과 제도가 지금은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불필요한 규제를 다 없애는 것도 새 정부의 역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노동계에 기울어진 노동 관련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 회장은 “주 52시간제(근로시간 단축) 단위 기준을 1주일이 아니라 1개월로 하거나 특례업종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을 우선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해야 한다”며 “성과가 나지 않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고 제안했다.
도병욱/임도원/정의진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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