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로 확인된 中 도시 봉쇄 '충격'…민감주도 무너지나

입력 2022-05-10 16:17   수정 2022-05-29 00:02



금리 상승기에 취약한 성장주의 대안으로 꼽히던 경기민감주가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도시 봉쇄가 경기를 둔화시킨 게 지표로 드러나면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쓰오일(S-Oil)은 전일 대비 4500원(4.04%) 하락한 10만7000원에, 한국석유는 1950원(10.68%) 내린 1만63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간밤 고공행진하던 국제유가가 급락한 데 이어, 뉴욕증시에 상장된 에너지기업들의 주가가 무너진 영향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하루 전보다 6.09% 하락한 배럴당 103.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 영향으로 엑슨모빌(-7.89%), 셰브론(-6.7%), 코노코필립스(-9.74%), 옥시덴탈 페트롤리움(-10.93%) 등 에너지·화학 기업들의 주가도 급락했다.

경기에 민감한 철강·조선섹터의 주가도 곤두박질 중이다. POSCO홀딩스(-1.78%), 현대제철(-2.38%), 동국제강(-3.24%), 세아제강(-9.59%), 한국조선해양(-1.92%), 현대중공업(-0.76%), 대우조선해양(-1.03%), 삼성중공업(-0.7%) 등도 줄줄이 하락했다.

국제유가와 함께 경기민감주가 무너진 건 중국의 도시 봉쇄로 인한 경기 충격이 지표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수출은 2736억달러로 1년 전 대비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 달 전인 3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이 14.7%에 달했다. 중국의 4월 수입도 2225억달러로 1년 전과 같은 수준이었다.

코로나19를 박멸하겠다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중국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가하는 모습이다. 특히 상하이의 봉쇄로 세계 최대 무역항인 상하이항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데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핵심 제조업 공장 가동이 중단돼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대한 우려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봉쇄 조치는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베이징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집단감염 사례가 계속 발생하자 전체 16개 구 중 6개구에서 7차 전수 유전자증폭(PCR) 검사에 나섰다. 베이징 전역에서 봉쇄식 관리를 받는 건물도 825개에 달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경기민감주들은 강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유·철강·조선업종의 수혜가 기대되면서다.

물가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불거진 중국발 경기둔화 우려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이어졌다. 스태그플래이션은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물가까지 높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부양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도 모두 선택하기 어려워졌다.

실제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긴축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시를 짓누르는 가장 큰 요인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시장이 파월 의장의 발언을 신뢰하지 않으면서 나스닥지수가 지난 5일부터 3거래일동안 10.35% 하락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Fed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시장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며 “유동성 위축기를 지나고 Fed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현금 비중을 높이는 전략 이외에는 성과를 차별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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