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방으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 삼청동 상권은 중국 관광객 감소와 코로나19 등으로 수년째 방문객 감소를 겪었다. 최근들어 쌓였던 공실은 대부분 소진됐고 임대료 인상 조짐도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74년 만에 시민들에게 개방된 10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은 등산복을 입은 관광객과 산책을 나온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청와대를 보기 위해 왔다는 박모씨(68)는 "청와대가 개방된다기에 보러 왔는데, 예약을 해야 한다는 걸 몰랐다"며 "아쉬운 마음에 삼청동을 돌아다녔는데 동네도 예쁘고 산책하기도 좋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개방은 초기 혼선을 우려해 한시적 예약제로 운영된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이날 사전 신청을 통해 추첨된 시민 2만6000명이 청와대 경내에 입장했다. 이날 관람을 신청한 시민은 총 9만977명으로 경쟁률이 3.49대 1에 달했다. 이후로는 하루 6차례, 2시간씩 6500명만 관람하도록 할 예정이다. 당분간 하루 관람 인원이 최대 3만9000명으로 제한되는 것이다.
몰려든 관광객에 지역 주민들과 자영업자들은 놀라면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게 얼마만이냐'는 반응이다. 삼청동 인근 중학동에 직장이 있다는 이모씨(31)는 "날씨가 좋아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에 나섰다"며 "다소 한산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상보다 거리가 붐벼 놀랐다. 주말과 엇비슷한 수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주변 상권에서는 방문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졌다. 삼청동 초입에 위치한 한 카페 관계자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몰릴 줄은 몰랐다. 평일 낮에 야외까지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중장년층 손님이 크게 늘었다. 오늘 청와대가 개방된다던데 그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꺼번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걸 본건 수년 만인 것 같다"고도 했다.
인근 식당 관계자는 "청와대를 보러 온 방문객들이 그냥 돌아가겠느냐"며 "최근 북악산 등산로가 개방되면서 손님이 조금씩 늘고 있다. 청와대까지 개방하면 매출이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상권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상가 임대 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임대 문의가 부쩍 늘면서 공실이 대부분 소진됐다"고 입을 모았다. 삼청동의 A 공인중개사는 "이전에는 대로에서도 쉽게 공실을 찾아볼 수 있었다"며 "인수위가 청와대 개방 방침을 밝히면서 임대 문의가 늘었고, 현재는 공실이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청동의 개업 건수는 1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9건에 비해 8건이 늘었다. 아직 올해 수치가 나오지 않아 청와대 개방 소식 이후 변화를 통계로 확인할 수 없지만, 삼청동 곳곳에서 상권이 살아나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건물 내부가 비어 있음에도 임대 안내문은 없었다. 이미 임차인을 찾은 상가들이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인테리어 공사를 하거나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건물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임대료가 인상될 조짐도 포착된다. B공인중개사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임대료를 절반으로 낮춰 공실을 줄이려는 건물주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 안내문이 붙지 않은 곳 가운데 최근 계약을 맺은 곳도 있지만, 일대 임대료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건물주가 임대 매물을 거둬들인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삼청동 1층 상가의 3.3㎡당 환산 임대료는 지난해 4분기 17만1004원으로 나타났다. 건물주들 사이에 현재 임대료는 비정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인중개사는 "건물주들이 청와대 개방 소식에 낮췄던 임대료를 얼마쯤 올리는 게 가능할지 문의하는 전화가 오고 있다"며 "관광객 증가세와 매출 상승 등을 감안해 적정한 인상폭을 찾는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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