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2년 만의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통화 긴축의 속도를 높이면서 세계가 동시다발적인 긴축발작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기 둔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아직 “한국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고 선을 긋고 있다. 자신감의 배경엔 역대 최고 수준인 국가신용등급과 외환보유액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혼란은 위기의 전조일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긴축 쓰나미가 격화돼 자본 유출로 이어지면 세계 8위 규모인 외환보유액으로 쌓은 방파제도 한낱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규성·이헌재 등 최고의 전문가들을 등용했고, 이들은 확실한 메시지와 과감한 추진력으로 시장 신뢰를 얻어 혼란을 진정시켰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당시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 통화스와프를 신속하게 체결해 위기를 조기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도 경제 리더십을 세우는 것이다. 어제 임명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사령탑으로 금융시장에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시장과의 원활한 소통과 적시적기의 위기 대응으로 비관적 편향이 팽배한 시장에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경제심리가 더 악화하기 전에 가시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각 경제주체도 어느 정도 고통을 감수하면서 자체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한다.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금리가 치솟으면 각 부문에 쌓인 부채가 생존과 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가계와 정부 부문의 부채는 심각한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로 상환을 유예해놓은 중소기업 대출도 걱정스럽다.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구노력을 서둘러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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