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회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EU 소속 해운기업의 러시아산 원유 선적 및 운송 금지 방안은 철회하기로 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유조선의 선박보험 가입 금지안은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연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6차 러시아 제재안을 최근 발표했다.
애초 제재안에는 EU가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지 않는 것 외에 EU 해운사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제3국에 실어나르는 것까지 중단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그리스, 몰타, 키프로스 등 EU 국적선사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해운업 국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유조선 운송 금지가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도 비슷한 조치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 해운사가 빈틈을 보이는 사이에 미국 해운업계가 라이베리아, 마셜제도, 파나마 등과 같은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FT는 “회원국 간 갈등이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EU가 (선박보험 금지 방안만 남겨놓는 식으로) 애초 내놓은 강력한 제재안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 러시아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 국가의 반발도 계속됐다. 이들 국가는 제재안 동참에 면제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이날 헝가리를 방문해 오르반 빅토르 총리와 만났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보도했다.
천연가스 금수 조치 시행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독일 재무부 고문인 톰 크레브스 만하임대 경제학과 교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독일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2%가 줄어들 것이라고 추산됐다. 크레브스 교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금지 방안은 앞서 합의된 석탄 금수 조치 등과 맞물려 독일 경제에 침체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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