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거래 가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시행에 맞춰 다주택자들의 ‘절세 매물’이 시장에 풀리고 있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다.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괴리’로 당분간 거래가 끊기고 매물만 쌓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거래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외곽에선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강북구 아파트 매물은 1130건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방안이 발표된 3월 말(991건)보다 14.0% 늘었다. 같은 기간 성북구는 12.2%, 도봉구는 10.7%, 은평구는 9.9% 증가했다. 인기 주거지로 꼽히는 마포구에서도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줄면서 매물이 15%가량 늘어났다.
매물이 늘면서 강북의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직전 최고가보다 수억원 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0일 11억원에 팔려 작년 6월 최고가(13억원)보다 2억원 떨어졌다. 장위동 B공인 관계자는 “11억원짜리 급매물이 더 나왔지만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며 “거래가 워낙 없다 보니 시세가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했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84㎡도 지난달 16일 직전 최고가(8억9000만원, 2021년 11월)보다 1억원 낮은 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다만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는 예상보다 점진적으로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규제 완화로 집값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속도 조절’ 목소리가 여러 차례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적어도 6월 지방선거 전까지는 관망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하헌형/이혜인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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