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1일 11:1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가 자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산업가스 생산설비를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한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최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공장에 위치한 산업가스 생산설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KKR을 선정했다. 매각 금액은 1조원대 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은 이달 중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산소, 질소, 아르곤 등을 정제한 뒤 산업가스를 생산해 석유화학, 반도체, 철강, 의료 등 관련 회사에 공급하는 사업을 한다. 2007년 6월 SKC와 일본 타이요닛산이 설립한 합작법인인 SKC에어가스가 전신으로 현재 SK㈜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국내 산업용 가스 업계에서 비교적 후발주자로 분류되지만, SK에너지와 SK하이닉스, SKC 등 그룹 계열사와의 안정적 거래를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이번 매각 대상인 이천 생산설비의 주요 공급처는 이천 SK하이닉스 M16 공장이다. M16공장은 지난해 초 완공돼 2020년 9월부터 공급을 시작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이천 생산설비를 매각한 뒤에도 외주 형태로 운영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이천 생산설비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생산설비 전체를 가동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 체계를 갖추고 있다. KKR 입장에서도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 소프트웨어 등을 새롭게 꾸리기보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관계를 이어가는 방안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KKR은 이천 생산설비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높게 평가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 M16 공장과 20년에 걸친 장기 공급계약을 맺어 이미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한 상태다. 이천 생산설비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가 보유한 생산설비 중에서도 큰 규모에 해당돼 수익성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흐름을 보여주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매년 600억~700억원 수준을 꾸준히 기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거래는 KKR 내 인프라 팀에서 주도했다. KKR은 지난해 초 39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 태평양 인프라 펀드를 조성하고 국내에서도 인프라 분야 투자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SK E&S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 투자에 2조4000억원을 베팅한 게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2020년 이후 의료 폐기물 업체인 에코그린홀딩스 인수(전 ESG,ESG청원)(8750억원), 국내 수처리 전문업체인 TSK코퍼레이션 지분 인수(4408억원), 6460억원 규모의 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 인수(6460억원) 등 다방면의 인프라 투자를 해왔다.
업계에서는 KKR이 SK그룹과 연거푸 두 차례에 걸쳐 조단위 규모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양측간 신뢰 관계를 공고히 하게 된 점도 주목하고 있다. KKR은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용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에 대한 최대 4조 규모 투자를 위한 실사도 진행 중에 있다.
업계에서는 KKR이 맥쿼리자산운용을 제치고 승기를 잡은데 대해서도 의외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거래에는 KKR 외에도 맥쿼리, 브룩필드자산운용이 참여했다. 맥쿼리는 산업가스 분야 투자를 가장 활발하게 하는 대표적인 운용사라는 점에서 인수전 초반부터 유력후보로 점쳐졌다. 국내 최대 산업가스 업체인 DIG에어가스(전 대성산업가스), 영남권 대표 산업가스 업체인 덕양 등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맥쿼리는 이미 SK하이닉스 이천 M14 공장에 산업용가스를 납품하고 있는 회사인 한국에어가스퍼실리티의 관계사이기도 하다. 한국에어가스퍼실리티는 지난해 4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산업가스 설비를 11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한국에어가스퍼실리티의 기타 특수관계자로 하이플렉스가 등재돼있는데, 하이플렉스는 맥쿼리가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다. 맥쿼리는 실제 이번 인수전에서도 단순 재무적 투자자라기 보다는 전략적 투자자(SI)로서 설비시설의 효율성을 높일 다양한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판에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KKR에 고배를 마시게 됐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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