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인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라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어제 취임사에 ‘통합’ 얘기가 빠졌다고 지적하신 분들이 있는데 너무 당연한 말 아닌가요”라며 말을 이어갔다. 대통령의 정치 행위 자체가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인 만큼 굳이 취임사에서 강조하지 않았다는 게 요지였다. 윤 대통령은 재차 첫 출근길 소감을 물어보자 “특별한 소감은 없다”며 집무실로 향했다.
이런 대통령의 출근길 풍경이 국민에게 여과없이 노출된 이유는 대선 공약으로 내건 청와대 집무실 이전 때문이다. 대통령 관저를 한남동의 외교부장관 관저로 옮기는 과정에 리모델링 등으로 시간이 걸리자 불가피하게 자택에서 출퇴근하게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22분께 서초동 자택인 아크로비스타 B동 입구를 걸어나왔다. 연두색 반소매 셔츠에 편한 치마를 입은 김건희 여사가 반려견과 함께 출근길을 배웅했다. 네이비색 정장을 입은 윤 대통령도 반려견을 데리고 걸었다. 윤 대통령이 반려견 목줄을 김 여사에 넘기고 차량에 탑승하자 반려견 한 마리가 차량에 따라 들어갔다 나오는 모습도 목격됐다. 김 여사는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윤 대통령을 배웅했다. 지나가던 이웃 주민들이 휴대폰으로 이런 장면을 촬영했다. 자신을 아크로비스타 주민으로 소개한 A씨는 “대통령과 한곳에 산다는 자부심이 더 크지, 불편함은 못 느끼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이웃 B씨는 “경찰들이 있어 오히려 든든하다”고 했다.
하지만 교통 전문가들은 조그만 우발 사고도 심각한 교통 체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단거리인 이날 출근길 대신 우회로를 택할 경우 교통 체증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통령경호처는 출퇴근길 비상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외교부장관 공관 리모델링 공사가 끝날 때까지 한 달가량 서초동 자택에서 출근한다.
이날 회의는 기자실과 같은 건물 5층에 있는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같은 층에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장, 안보실장, 정무수석 등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들 방이 따닥따닥 붙어 있다. 칫솔을 들고 양치질하러 가다 종종 얼굴을 마주칠 정도로 사무실이 붙어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수석비서관은 “점심을 먹고 들어오다 옆 사무실에 들러 차를 얻어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업무 얘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라며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을 실감한다”고 했다.
좌동욱/이광식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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