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밀 수출국' 프랑스마저…32년만의 최악 건기

입력 2022-05-12 14:19   수정 2022-06-11 00:01


유럽 최대 밀 수출국인 프랑스의 올해 작황이 최악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건조한 기후가 계속되면서 가뭄 위기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주요 곡물 가격이 치솟은 상황에서 프랑스의 밀 수확량마저 평년 대비 모자랄 경우 곡물값 폭등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에서 1월부터 5월 첫째주까지의 총 강수량이 3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짐에 따라 밀 출하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는 세계 4위이자 유럽 최대 밀 수출국이다. 지난해엔 2000만t의 밀을 수출해 러시아와 함께 전 세계 밀 수출량의 25%를 차지했다.

프랑스 국립농업연구소에 따르면 앞으로 10일간은 밀의 이삭이 생성되는 성장기라 물 공급이 중요하다. 연구소 관계자는 "프랑스 전역에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 이삭의 크기가 작아지고, 결과적으로 여름철 수확 시 밀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프랑스 곡물 생산 업체는 "최악의 경우 올해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전 세계 밀 공급량에 추가적인 압박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밀 시장은 개전 이후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연쇄적으로 밀 수출 중단에 나서면서 공급 부족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기록적인 폭염 탓에 작황이 부진한 인도도 밀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밀 생산국인 미국에서도 50개 주 가운데 30개 주가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프랑스마저 밀 수확량이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상품중개업체 ED&F맨캐피털마켓의 리서치 책임자 코나 하케는 "유럽 국가들은 원래 프랑스 작물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밀 가격이 폭등해도 프랑스산 밀이 가격 하방압력 요소가 되어 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이제 밀 시장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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