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휴대폰이 파손돼서 급하게 보험 신청해야 해. 엄마 명의로 대신 진행하게 도와줘."
작년 12월 피해자 A씨(62세, 주부)는 이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딸을 사칭한 사기범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메시지에 속아 넘어간 A씨는 사기범이 보낸 링크를 클릭해 원격조종 앱을 휴대폰에 설치하고 신분증과 은행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을 전달했다. 사기범은 이를 이용해 A씨의 계좌에서 2억6700만원을 빼돌렸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경찰청, 금융감독원은 12일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매체 이용이 증가하면서 메신저 피싱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보이스 피싱 관련 사기 피해는 전반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신종 범죄 수법인 메신저 피싱으로 인한 피해는 증가 추세다. 지난해 메신저 피싱 피해액은 9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5.7% 급증했다.
메신저 피싱은 가족, 지인을 사칭한 범죄자가 피해자에게 휴대폰 파손 등 불가피한 상황을 알리며 악성 링크에 연결하도록 유도한 뒤 개인정보를 알아내 자금을 빼돌리는 사기 수법이다.
방통위는 "실제 가족, 지인이 맞는지 반드시 직접 전화 통화로 확인하고 긴급한 상황이더라도 전화 확인 전에는 절대 송금해선 안 된다"며 "본인이 아니라 타인의 계좌로 송금을 요청하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이동통신사,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협력해 13일부터 통신 3사 명의로 가입자에게 메신저 피싱 주의 안내 문자 메시지를 순차 발송하고, 알뜰폰 가입자에게는 요금 고지서로 피해 예방 정보를 안내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원격조종 앱에 의한 메신저 피싱 사기 피해가 많은 점을 감안해 금융회사가 원격조종 앱 구동을 차단하는 기술을 도입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경찰청도 전국 시도청의 사이버 경제범죄 수사팀을 중심으로 오는 10월 말까지 사이버금융 범죄 집중단속을 실시 중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관계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통신 금융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해결방안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