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베이직하우스’ ‘마인드브릿지’ 등을 판매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TBH글로벌이 2016년부터 이어진 중국발(發) 부진을 떨치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간판’ 브랜드들의 중국 내 판권을 현지 기업에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지난해 말 외부 차입금을 대거 갚았다. 골프웨어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엔진’도 장착했다.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TBH글로벌은 베이직하우스 등 78여 개 브랜드의 중국·홍콩 내 상표권을 중국 패션기업 난지런에 작년 말 매각했다. 이를 통해 마련한 949억원의 매각대금으로 7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모두 상환했다. 그 결과 한때 2000억원에 육박했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192억원으로 감소했다.
TBH글로벌은 2004년 처음 중국에 진출한 뒤 2010년부터 베이직하우스, 마인드브릿지 등을 중국 대형 백화점에 입점시키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영업실적이 정점에 달한 2015년엔 총 1700여 개 중국 매장에서 5000억원대 매출을 올릴 정도로 덩치를 불렸지만, 2016년 한한령 등 위기가 닥치면서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2018년에는 기업공개(IPO)가 불발하는 과정에서 골드만삭스가 1600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하는 바람에 재무 건전성도 크게 악화했다. 브랜드 매각 등 ‘중국 사업 손절’은 이런 재무구조 악화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온라인 홈쇼핑 등 비대면 시장에서 선전하며 영업실적도 많이 개선됐다. 회사 측은 2016년 이후 적자와 흑자를 오가던 영업실적이 지난해 53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을 계기로 흑자 궤도에 안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TBH글로벌은 브랜드 상표권을 매각하고 남은 160억원으로 골프웨어를 출시하는 등 신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골프웨어와 여성복 브랜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지난 2월 영국 패션 브랜드 ‘아쿠아스큐텀’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골프웨어 라인을 선보였다. 홈쇼핑 채널을 통해 골프웨어를 판매할 예정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입어 입소문을 탄 브랜드 ‘쥬시쥬디’(사진)도 백화점 매장을 늘리는 등 확장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중국에서 철수하는 대신 온라인 플랫폼 기업인 알리바바, 쇼피와 손잡고 동남아시아 패션 시장에도 진출한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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