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는 3.77% 내린 833.66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하락폭은 2020년 8월 18일(-4.17%) 후 최대치다. 기관이 2405억원, 외국인이 69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164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무엇보다 1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돈 것이 시장에 악영향을 줬다. 미 4월 CPI는 지난해 동기 대비 8.3% 급등했다. 상승폭은 전달(8.5%)보다 둔화되긴 했지만 시장 예상치(8.1%)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피크아웃(고점 찍고 하락)’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꺾였다.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느릴 경우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강도는 강화되고 그만큼 경기는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매도세도 좀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원30전 급등했다. 12년10개월 만의 최고치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암호화폐시장은 나스닥의 레버리지 시장”이라며 “가장 투기적인 시장이 급락하면서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증시가 악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암호화폐를 활용해 대체불가능토큰(NFT)이나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시장 진출에 앞다퉈 나섰던 게임주가 동반 폭락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4위인 카카오게임즈는 6.04% 하락했다. 컴투스(-12.3%) 위메이드(-11.05%) 펄어비스도(-6.05%) 등이 줄줄이 급락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은 특히 게임이나 NFT 등 가산자산을 등에 업고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성장주가 많은 시장”이라며 “루나 등 일부 암호화폐가 휴지조각이 되면서 유가증권시장 대비 하락폭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약세장에서도 견조하게 버텨왔던 에코프로비엠(-6.36%)을 비롯해 엘앤에프(-6.22%) 등 2차전지 소재주도 일제히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는 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은 향후 1년 이후 주당순이익(EPS)의 9.5배 수준인 2500선이 단기적인 하방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