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6일 08:2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자금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회사채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지만 AA 급 신용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호재, 탄탄한 실적 등 삼박자를 갖춘 대형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자금 조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이달 중 2000억원 규모의 3년물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지난해 4월 회사채 1100억원 발행을 마친 뒤 1년여 만에 복귀했다. 수요예측을 거쳐 오는 27일 발행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공모 금리는 협의 중이다. 대표 주관사는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교보증권이 맡았다.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할 전망이다.
IB 업계에서는 확보한 재원이 글로벌 온라인 가구·매트리스 기업인 지누스를 인수를 위한 자금 등에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3월 이윤재 지누스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과 경영권을 7747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현대백화점 측은 “단기 기업어음(CP) 상환 등에 대비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GS리테일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GS리테일은 지난 3일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완료했다. 당초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모집액 대비 4배 이상 많은 매수주문을 받아 발행 규모를 늘렸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프리미엄을 갖춘 게 흥행 비결로 꼽힌다. 회사채를 통해 확보한 재원은 채무상환과 중소 협력사에 대한 상생 대출에 사용한다.
국내 대형마트 점유율 1위인 이마트도 회사채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19일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이마트는 3000억원 모집에 8700억원의 주문이 접수됐다. 지난달 27일 최종 발행금액은 3300억원으로 계획 대비 10% 늘어났다.
IB 업계는 “회사채 발행을 대부분 꺼리는 상황에서 높은 신용도를 확보한 대형 유통업체로 회사채 수요가 몰렸다”고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A+’ 수준이다. GS리테일과 이마트도 AA 급으로 신용등급이 매겨졌다.
탄탄한 실적으로 기초체력을 확보한 점도 눈길을 끈다. 현대백화점은 연결 기준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344억원, 88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8%, 36.7% 증가했다. 이마트는 연결 기준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8.8% 오른 7조35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매출액이 7조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리오프닝 수혜 기대감도 크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소비 심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으로 패션 등 사치성 소비재를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당분간 백화점 부문 성장과 마진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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