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못찾는 둔촌주공…"조합·시공단 한 번도 안만났다"

입력 2022-05-13 17:48   수정 2022-05-14 00:39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공사 중단 사태가 한 달째를 맞고 있다. 지난달 15일 전면 중단에 들어간 현장은 52% 공정에서 멈춘 채 방치돼 있다.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전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조합과 현대건설 측은 한 달간 한 번도 협상 테이블에 앉은 적이 없다. 시공단은 협상 전제 조건으로 아홉 가지를 조합에 전달했고 조합은 여전히 증액계약서에 대해 무효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증액계약서 인정 여부다. 갈등도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2020년 6월 전임 조합 집행부와 시공단은 설계 변경 등에 따라 공사비를 기존 2조6708억원에서 3조2294억원으로 약 5600억원 증액하기로 했다. 현 조합 집행부는 절차상 이 증액계약서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한때 조합이 증액분을 받아들이겠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도 일었다. 하지만 조합은 “‘증액’과 ‘기존 증액계약서를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것인 만큼 기존 증액계약서는 무효”라는 입장을 거듭 내세우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2020년 맺은 증액계약서는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많을 뿐 아니라 조합에 불리한 독소조항이 많다”며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면서 재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공단은 조합이 증액계약서를 인정하지 못하면 공사를 재개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기존 증액계약서를 근거로 공정률 52%까지 공사를 했는데 이제 와서 그 계약서를 인정하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사를 재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사 계약 변경이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쳤고, 관할 구청의 인가까지 받았던 만큼 다시 계약서를 작성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 달째 협상에 진척이 없자 애닳는 건 6100여 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이다. 한 둔촌주공 조합원은 “한 달이나 공사가 중단됐고 조합에선 협상에 긍정적으로 나서겠다는데 아직도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비업계에선 다른 조건이 만족돼도 증액계약서와 관련해 조합과 시공단이 합의하지 못하면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둔촌주공은 당초 이달 일반 분양에 들어가 내년 8월 입주할 계획이었다. 이미 9개월가량 공사기간이 늘어난 상황에서 공사 중단까지 겪어 이젠 입주시기조차 가늠할 수 없게 됐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를 짓는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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