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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손실이 급증한 건 무엇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올 1분기 액화천연가스(LNG)와 유연탄은 전년 대비 각각 142%, 191% 급등했다. 이 여파로 한전의 전력구매단가(전력도매가·SMP)는 올 1분기 ㎾h당 180.5원까지 올랐다. 1년 전(76.5원)에 비해 135% 뛰었다. 이에 반해 한전이 가정이나 공장 등에 전기를 공급할 때 적용하는 전력판매가는 올 1분기 ㎾h당 110.4원에 그쳤다. 1년 전(107.8원)과 별 차이가 없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발전단가가 비싼 LNG 발전을 늘린 점도 적자폭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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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투자는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한전의 올해 연간 영업적자가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NH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 등은 올해 영업적자를 22조~23조원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데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할지 불확실하다는 게 증권사들이 이런 전망을 내놓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 에너지값 변동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해 2020년 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지만 이후 이런저런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했다. 이에 따라 연료비 연동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게 에너지업계와 시장의 중론이다. 연료비 급등의 영향으로 프랑스와 영국, 스페인, 일본 등 주요 해외 국가도 잇따라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있다. 작년 1월에 비해 스페인과 일본은 전기요금을 각각 87%, 34% 인상했다. 영국도 지난 4월 전기료 54% 인상 방안을 발표했다. 한전 관계자는 “해외 전력 판매사들도 연료비 급등으로 심각한 재무적 위기에 빠져 있다”며 “영국(30개) 일본(14개) 독일(39개) 스페인(25개) 등에서 전력 판매사들이 잇따라 파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기료 인상 억제로 한전이 떠안은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한전은 2008년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자 6680억원의 공적 자금을 받아 손실을 메웠다. 이어 6년간 전기료를 41.6% 올려야 했다. 당장 인기에 급급해 전기요금 인상을 미뤘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전기요금을 올리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전기요금과 관련해 ‘원가주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분 일부를 전기요금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고물가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선 한전의 고강도 자구 노력과 함께 정부도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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