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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루나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3.7전(0.037원)으로 거의 휴지 조각이 됐다. 루나의 폭락은 루나를 발행해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하도록 설계된 자매코인 테라의 가치가 깨지면서 시작됐다. ‘1테라=1달러’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테라의 가치를 유지하려고 루나를 급격하게 더 찍어내다 보니 투자자들의 신뢰가 깨지면서 투매 행렬이 촉발된 것이다. 이를 대비해 마련해둔 비트코인 등의 준비금도 부족해지자 루나의 붕괴는 걷잡을 수 없게 됐다. 3일 전만 해도 3억8000만 개였던 루나의 발행량은 현재 6조5000억 개를 넘어섰다.
루나의 상폐가 시작된 가운데 ‘폭탄 돌리기’식의 투기가 과열되면서 등락폭이 초 단위로 요동치고 있다. 평소 업비트에서 20억원 안팎을 나타내던 루나의 거래대금은 이날 오후 5시까지 24시간 동안 4340억원으로 급증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전날 폭락에 따른 기저효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업비트에서 전날 3700만원으로 10%가량 곤두박질쳤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3시 4020만원까지 회복했다. 전날 20~30%가량 폭락한 이더리움과 도지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도 전날 하락폭을 일부 만회했다. 다만 김치 프리미엄(국내와 해외의 암호화폐 시세 차이)이 최대 5%까지 벌어지는 등 다른 암호화폐에서도 투기 심리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이번 루나 쇼크로 디파이(탈중앙 금융) 계열 코인의 타격이 유독 컸다. 솔라나를 비롯한 6개 디파이 계열 코인을 단순가중평균한 업비트 디파이지수는 이날 오후 2시 709로 지난달 28일(1376) 대비 반 토막 났다. 업계 관계자는 “루나의 주요 폭락 요인 중 하나가 디파이에 따른 거품 때문이었기 때문에 불신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한 투자자는 “평생 모은 45만달러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국내 커뮤니티에서도 “직장 동료가 3억원의 투자금을 잃은 뒤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는 등 비관적인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주말 동안 서울 마포대교에 대한 수색을 강화하기로 했다. 온라인에 ‘마포대교’ 검색량이 급증하면서다. 네이버에서 평소 해당 키워드 검색량은 300건을 유지하다가 10일과 12일 각각 570건과 760건으로 급증했다.
전날 루나와 테라 창시자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아내 A씨는 경찰에 긴급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성동경찰서는 전날 오후 6시께 신원미상의 인물이 권 대표 집에 침입해 초인종을 누르고 도주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이 인물은 A씨에게 “남편이 집에 있냐”고 묻고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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