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은 언제쯤 이런 지독한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13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 클리프턴 어퍼몽클레어CC(파72)에서 열리고 있는 LPGA 투어 코그니전트파운더스컵이 ‘여제의 복귀 무대’가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열린 1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기 때문이다. 선두 마들렌 삭스트롬(스웨덴·9언더파63타)에게 5타 뒤진 공동 14위지만, 경기내용이 좋았다는 점에서 “박성현의 옛 모습이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박성현의 드라이버샷은 평균 267야드로 전성기에 못지않았다. 그린 적중률은 94.4%에 달했다. 쇼트게임도 빛났다. 그린 주변에서 날카로운 샷감으로 공을 홀 옆으로 붙이며 여러 차례 버디 찬스를 만들었다. 박성현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오랜만에 환하게 웃었다. 그는 “오늘 결과가 굉장한 자신감을 줄 것 같다. 남은 세 라운드에서도 오늘의 감을 잘 살려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다.
박성현은 고진영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기 전까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여성 골퍼였다. 201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시즌 7승을 거둔 뒤 미국에 진출했다. 이듬해 LPGA투어에서 US오픈을 제패했고 신인왕, 상금왕, 올해의선수상에 세계랭킹 1위까지 싹쓸이했다. 호리호리한 몸으로 뿜어내는 폭발적인 장타와 ‘닥공(닥치고 공격) 플레이’는 팬들을 매료시켰다.
LPGA투어 통산 9승을 쌓으며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어깨 부상이 닥친 것은 3년 전이다. 재활을 위해 4개월가량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부상을 떨쳐낸 뒤에도 예전의 기량으로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박성현은 지난겨울 승부수를 던졌다. 지금껏 혼자서 샷을 다듬어왔지만, 조민준 코치팀에 합류해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새벽부터 체력훈련으로 근력을 끌어올렸고, 훈련을 함께한 프로들과 라운드에 나서며 필드 감각을 찾으려 노력했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박성현의 기량을 감안할 때 자신감만 생기면 다시 예전의 기량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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