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몰린 한전…7.8조 '최악 적자'

입력 2022-05-13 17:33   수정 2022-05-23 15:51


한국전력이 올해 1분기에 사상 최대인 7조786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고 13일 발표했다. 올 들어 3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영업적자(5조8601억원)보다 훨씬 많은 적자를 낸 것이다.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연료 가격 급등으로 전력구매단가(전력도매가)가 급증했지만 전기요금 인상 억제로 전기 판매가격을 올리지 못한 결과다.

한전에 따르면 올 1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9.1%(1조3729억원) 늘어난 16조4641억원을 기록했다. 제조업 가동률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력 판매량이 전년보다 4.5% 증가한 결과다. 하지만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등 영업비용이 전년보다 67%(9조7254억원)나 증가하면서 손실이 급증했다.

올 1분기 한전의 전력구매단가는 ㎾h당 180.5원으로 1년 전(76.5원)의 두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반면 이 기간 가정과 공장 등에 전기를 파는 가격(전력판매단가)은 ㎾h당 107.8원에서 110.4원으로 소폭 인상되는 데 그쳤다.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억제로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따라 한전이 발전단가가 싼 원자력 발전 비중을 줄이고 단가가 비싼 LNG와 신재생 발전을 늘린 것도 적자 증가의 원인이 됐다.

시장에선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전이 올해 30조원 이상의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적자폭이 커지면서 한전은 회사채 발행으로 간신히 버티는 상황이다. 올 들어 4월까지 누적 차입금만 50조원이 넘는다. 대규모 적자가 쌓이면서 내년이면 차입 한도가 거의 차 추가 회사채 발행이 어려울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이른 시일 안에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으면 한전은 기업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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