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16억 집 내년 5월까지 팔면…양도세 5억→2.5억 '절반'으로

입력 2022-05-15 16:51   수정 2022-05-2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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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소득세 낼 바에야 차라리 증여하는 게 낫다.’ 문재인 정부 시절 다주택자 사이에서 널리 공유된 전략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로 인해 똑같은 주택이더라도 매도할 때 내야 하는 양도세가 자녀에게 증여할 때 발생하는 증여세 부담보다 컸기 때문이다. 이에 전국 주택 증여 건수는 2016년 8만957건에서 2020년 15만2427건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엔 13만7248건으로 증가세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비하면 많은 수준이다.

앞으로 최소 1년 동안은 이 같은 절세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정부가 양도세 중과 조치를 내년 5월 9일까지 한시적으로 배제하기로 하면서 동일한 주택을 양도할 때 내야 하는 세금이 증여할 때 부담해야 하는 세금보다 다시 적어졌기 때문이다. 개인이 처한 상황과 선택에 따라 세금 부담이 ‘억’ 단위로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 정책 변화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도세 폭탄 피할 수 있다
2004년 처음 도입됐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는 2014년 폐지됐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8·2대책으로 부활했다. 8·2대책은 2018년 4월부터 2주택자에 대해선 양도세를 부과할 때 기본세율(당시 6~42%)에 10%포인트를,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선 20%포인트를 중과하도록 했다.

하지만 집값 급등세가 이어지자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을 올렸다. 지난해 6월부터 2주택자에 대해 기본세율(6~45%)에 더해 20%포인트를,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선 30%포인트를 중과한 것이다.

양도세 최고세율이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82.5%에 달하게 되면서 다주택자들은 주택을 양도하는 것보다 자녀에게 증여하는 게 세금을 아낄 수 있는 상황이 펼쳐졌다. 10년 전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두 채를 각각 8억원에 취득한 다주택자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전 주택 한 채를 16억원에 매도했을 경우 양도세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약 5억496만원이었다. 똑같은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내야 하는 증여세 4억6000만원보다 4500만원가량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취임일인 이달 10일부터 내년 5월 9일까지는 상황이 역전된다.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경우 양도세 부담이 약 2억5559만원으로 2억5000만원가량 줄어든다. 증여 시 부담해야 하는 세금(4억6000만원)보다 2억원가량 적은 액수다.
매도 시기에 따라 보유세도 차이
다주택자는 이달 안에 주택을 매도해 1주택자가 되면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도 큰 폭으로 아낄 수 있다. 정부가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올해 보유세를 산정할 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작년보다 17.2% 올랐기 때문에 1가구 1주택자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보유세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이에 다주택자가 1가구 1주택자의 혜택을 받기 위해선 집 한 채를 제외한 모든 주택을 이달 안에 매도해야 한다. 매도 날짜는 잔금 청산을 마치거나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날을 기준으로 한다. 각각 공시가격 11억원인 주택 두 채를 10년간 보유한 60세 집주인은 올해 보유세 2287만원(종부세 1545만원+재산세 742만원)을 내야 하다. 다음달에 주택 한 채를 매도하더라도 보유세 납세액은 같다. 반면 이달 안에 주택 한 채를 처분하면 공제액 11억원인 종부세는 전혀 부과되지 않고 재산세만 334만원 내면 된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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