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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도 자기 마음대로는 할 수 없어요. 경영진이 경영전략을 세우는 단계부터 이사회와 안건 내용을 공유하고 논의합니다.”
하영구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은 15일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이 안착 단계에 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인수합병(M&A) 혹은 대규모 시설투자 등을 결정할 때도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부터 이사회와 의견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얘기였다.
하 의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사회의 역할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며 “경영진의 전략 수립과 이를 성취해 가는 과정 대부분을 사외이사들과 논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만큼 노동 강도가 센 이사회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매월 공식 이사회 이틀 전에 사외이사회를 열어 안건을 사전 심의하고 경영 현안을 보고받는다”고 말했다.
사외이사회는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회의체로 SK하이닉스에 구성된 지 10년이 됐다. 회의 시간만 3~4시간이며, 준비를 위해 내용을 숙지하는 데만 2~3일 걸린다. 하 의장은 “경영진의 결정을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 그만큼 노력을 기울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말 열린 주주총회에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 M&A를 위해 다른 기업들과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즉흥적인 발언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 의장은 “반도체 공급망 이슈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대책을 이사회와 충분히 논의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전원이 대표이사 평가를 위한 인사·보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이사회가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그는 “인사·보상위원회에서 대표이사의 핵심성과지표(KPI)를 심의·확정하고 연중 실행 현황을 점검한다”며 “연말엔 실적 평가를 통해 최종 보수까지 심의한다”고 말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들어오는 단계에서 경영진의 입김이 작용하기 힘든 구조를 갖췄다는 게 하 의장의 설명이었다.
하 의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인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해 궁극적으로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의 배당부터 승계에 이르는 G(지배구조) 시스템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는 얘기였다.
하 의장은 “2025년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며 “투자자들이 과거와 달리 재무 정보 외에 비재무 요소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최고경영진이 인내심을 갖고 추진해야만 실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여성 사외이사 비중도 높여나갈 방침이다. 최근 사외이사 후보를 검증하는 절차를 강화하고, ESG 경영 관점에서 여성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선임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규정’에 명문화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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