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무인단말기) 앞에만 서면 까막눈이 돼요. 뒷사람 눈치도 보여 가게를 가기가 꺼려지네요.”
지난주 서울 시내 패스트푸드 매장을 방문한 이모씨(61)는 햄버거를 주문하기 위해 키오스크 앞에서 10분 넘게 쩔쩔매다 결국 아무것도 주문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메뉴 선택 항목이 너무 많아 헷갈린 데다 버튼을 잘못 눌러 몇 번이나 첫 화면으로 되돌아가 결국 주문을 포기한 것이다.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한 음식점·카페 등에서 잇따라 키오스크 주문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이씨처럼 애로를 겪는 고령층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디지털재단이 16일 발표한 ‘서울시민 디지털역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만 55세 이상 고령층의 디지털 기술 이용 수준은 43.1점(100점 만점)으로 서울 시민 전체 평균(64.1점) 대비 32.7% 낮았다. 키오스크 주문 시스템과 관련해 고령층의 54.2%는 ‘단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다’고 응답했다. 나이가 들수록 키오스크 이용 경험은 줄어들어 75세 이상은 13.8%만이 키오스크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이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라는 응답 비율이 3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필요가 없어서’(29.4%),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17.8%)라고 대답했다. 75세 이상 노인은 패스트푸드점(53.3%)의 키오스크가 사용하기 가장 어렵다고 답했고, 그다음으로 카페(45.7%), 음식점(44.4%)을 꼽았다. 또 고령층 5명 중 1명은 디지털 기기·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지난 4월부터 어르신들이 자주 모이는 지역에 디지털 안내사 100명을 배치해 키오스크 사용 등을 돕고 있다. 어디나지원단 사업을 통해선 디지털에 익숙한 어르신 100명과 청년 50명이 디지털 기기 이용 등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1 대 1 교육을 하고 있다. 강요식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은 “디지털 사회에서 시민 모두가 디지털 기회와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디지털 포용 사업을 더 촘촘히 기획하고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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