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 전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개발하기로 한 것은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과 모바일을 맡고 있는 MX(모바일익스피리언스) 부문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DS 부문은 새로운 시장인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워야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MX 부문 또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벽을 넘지 못한 채 고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6일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 시리즈에 여러 반도체 회사의 범용 AP를 써왔는데 이렇게 해서는 갤럭시 시리즈의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DS 부문 또한 지금 AP 시장에서 승부를 걸지 않으면 중국 업체에도 밀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내부에선 현재 쓰고 있는 범용 AP로는 삼성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가전의 연결성을 높이려면 제품 설계 단계부터 공통된 콘셉트를 적용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반도체 개발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실제 애플은 2011년부터 자체 설계한 AP인 ‘A 시리즈’를 아이폰에 적용하고 있다. 2020년에는 PC용 칩셋 ‘M1’을 공개했는데, M1의 기술 기반이 A 시리즈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자체 설계한 AP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노트북의 연결성을 강화하면서 애플 생태계에 들어온 소비자가 다른 회사 제품을 쓰지 못하도록 잡아두는 강력한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전용 AP 개발 목표 시점을 2025년으로 잡은 것도 그해에 출시될 갤럭시 시리즈의 콘셉트에 맞춰 AP를 내놓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2023년에 설계를 마무리하고 성능 시험 기간과 제조 과정 등을 감안해 역순으로 계산하면 올해 AP 개발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앞으로 치고 나가기엔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경쟁업체들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회사인 삼성전자의 MX 부문도 퀄컴, 미디어텍, 칭화유니 등으로부터 AP 조달 비중을 늘리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도 자체 AP 개발에 나섰다. 중국의 전자기업 오포는 최근 자체 AP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포의 자체 AP는 2023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생산라인도 대만 TSMC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엑시노스 1280은 삼성전자 갤럭시 모델 중 가장 많이 판매된 보급형 A시리즈에 탑재된 제품이기도 하다. 지난달 인도 시장에 출시한 ‘갤럭시 M33’에도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보급형 AP 시장만 놓고 보면 엑시노스의 성능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박신영/정지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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